미국 달러화는 세계의 돈이다. 1999년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의 탄생으로 달러, 유로, 엔화가 세계 3대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유럽과 일본 경제의 부진 및 사상 최장기 호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로 인해 달러가 독주하고 있다.각국은 자국 통화와 달러와의 교환비율에 갈수록 신경을 더 쓰지 않을 수 없게 됐고, 달러를 얼마나 쌓아놓고 있느냐가 한 나라 경제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가 됐다. 세계 대부분 국가가 달러 지역화하고 있는 것이다.
■에콰도르가 지난 9일 미국의 달러를 자국 공식 화폐로 지정했다. 중남미 국가중 파나마에 이어 두번째다. 에콰도르의 공식 화폐인 수크레는 앞으로 6개월동안 달러로 바꿔야 한다.
단 수크레 동전은 통용된다. 에콰도르가 달러를 공식 화폐로 지정한 것은 극심한 경제침체 때문으로, 달러 전환을 통해 환리스크를 제거하고 인플레와 금리를 안정시켜 경제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과 IMF, 세계은행 등은 즉각 환영의사를 밝혔다.
■미 존스 홉킨스대 스티브 행크교수는 환율 및 통화전문가다. 그는 통화위기 차단을 위해 자국 화폐 대신 달러나 마르크화를 사용하거나 환율을 고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콰도르나 행크교수나 모두 달러 채택이 가져오는 경제 주권의 상실로 경제가 미국에 완전 종속되는 위험보다는 저물가·저금리 등 경제적 혜택이 더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전자 상거래의 발달은 달러 사용을 더욱 급속도로 확산시킬 전망이다. 인터넷이 세계 언어로서의 영어의 위치를 갈수록 굳건히 만들고 있는 것과 같다.
일본에서 이번에는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롄(經團連)이 ‘영어 공용화론’을 들고 나왔다. 국제 경쟁무대에서 유용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기 위해 유치원에서부터 의무적으로 영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생활의 기본을 제공하는 경제와 사고 방식을 구속하는 언어를 미국이 모두 지배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까.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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