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단행된 프랑스의 개각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인물은 경제·재무장관으로 기용된 롤랑 파비우스(53) 전 총리이다.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당시 37세로 최연소 총리직에 올라 중공업부문 개혁을 능수능란하게 요리, ‘개혁가’라는 명성을 얻은 그가 14년만에 평각료로 입각했기 때문.
그가 내각의 핵심인 경제·재무장관에 기용됨에 따라 최근 개혁부진으로 궁지에 몰린 사회당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라이벌이기도 한 그는 화려한 정치 경력의 소유자다.
프랑스의 엘리트 관료들을 배출해 온 명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그는 1974년 사회당에 입당했다. 당시 사회당 제1서기였던 미테랑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으로 발탁된 뒤 능력을 인정받아 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81년 대선에서 핵심 참모로 미테랑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로가 인정돼 예산장관으로 입각했다.
산업연구장관을 거쳐 84년 언론의 각광을 받으며 최연소 총리에 올라 2년동안 각종 개혁을 주도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발생한 ‘오염 혈액 스캔들’과 일련의 부패 사건으로 1986년 총선에서 좌파가 패배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1997년 6월 좌파가 집권한 이후에는 하원의장을 맡아왔다. 정치적 비중때문에 올 초에는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입각 사실이 전해지자 관가에서 “프랑스의 총리가 두명이 됐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그의 정치적 위상은 막강하다.
최상의 통치 방법은 ‘대화와 결단’이라는 지론을 펴 온 그가 좌초된 경제개혁을 비롯한 프랑스의 경제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기대된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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