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치고 음식기사를 싣지 않는 신문은 드물다. 국내 신문들도 눈에 드러나게 음식기사를 늘리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10쪽이 넘는 음식기사지면을 내놓는 뉴욕타임스, LA타임스에 비하면 적은 분량이지만, 다들 훌륭한 식당을 추천하고 요리법과 새로 나온 재료들을 소개하고 있다.음식기사 중 어디에서나 논쟁을 불러 모으는 것은 식당 추천 기사이다. 기사를 보고 독자들이 음식점을 찾아 나서니, 주인들로서는 가장 무서운 사람이 기자이고 기자의 ‘눈과 혀’는 자주 공정성과 전문성의 시비대상이 된다.
권위지 뉴욕타임스는 오래 전부터 식당 추천 기사에 별을 달아 식당들을 점수화했다. 그런 방법은 프랑스의 미셸린 가이드(www2.michelin-travel.com)가 먼저 시작한 것이지만 우리 신문들, 음식전문 웹사이트들 사이에 요즘 한창인 이 점수화는 뉴욕타임스기준(nytoday.com/editorial)을 따른 것 같다. 맛 서비스 분위기에 따라 하나부터 넷까지의 별을 달아 좋음, 매우 좋음, 우수함, 비범함을 매기며 식당의 특징, 예약제, 결제카드를 적어 두는 점이 같다.
프랑스에서의 미셸린 가이드 힘은 왕권만큼 절대적이다. LA타임스 지난 주 기사에 따르면 올해 91번째의 미셸린 가이드 개정판에 자신의 식당이 별 둘에서 밀려났다고 자살을 기도한 한 식당주인이 있을 정도이다. 미셸린의 별 책정 기준은 너무 엄격하고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생선은 그물이 아니라 시대로 낚은 것인가, 치즈는 공장이 아니라 농가에서 나온 것인가 등을 시시콜콜 따져 재료를 평가하는 데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빨강 표지 가이드’라는 별명의 미셸린 가이드 힘은 부정되지 않는다.
권위지 NYT에서 별표 점수화를 채택, 식당 추천 기사를 쓰는 비평기자는 현재 셋쯤 된다. 전직 식당비평기자들로부터 요즘은 기준이 가벼워졌다는 등의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2~30년씩 음식기사를 쓴 경력이 있다. 그들은 변장을 하고 2주마다 크레딧 카드를 바꾸는 등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식당을 찾으며, 반대로 식당주인들은 연락망을 가동, 비평기자를 알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일단 알아내면 와인값을 깎아 주려 하고 ‘후진 자리’에 앉힌 경우 자리를 옮겨 주려고 한다. 30년의 음식기자 경력에 93년부터 NYT에서 일해온 루드 레이슐의 인터뷰(salon.com/nov96/interview2961118.html)를 보면 비평기자의 원칙은 엄격하다. “절대 공짜 음식은 먹지 않는다. 일주일이면 12차례쯤 식당순례를 하며 맛을 알기 위해 같은 음식을 두 번 주문도 하며 모든 재료와 맛을 때로는 녹음기에, 때로는 머리 속에 남김없이 저장한다."
음식비평가는 요리를 만들지 않지만 요리전문가며 글솜씨와 문화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요리잡지 쿠겐의 홍성철사장 말은 백번 맞다. 음식기사는 사진 위주여야 하는가. 변호사를 그만 두고 89년부터 보그잡지에 음식비평기사를 써온 스타인가르텐이 쓴 기사와 베스트 셀러 '세상 모든 음식을 먹어본 남자'를 보면 그렇지 않다.
박금자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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