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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권도전'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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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권도전' 증후군

입력
2000.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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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판이 우습게 돌아간다. 너도 나도 대권도전 선언으로 마치 ‘용(龍)들의 전쟁’ 양상이다. 일부 유력 정당 수뇌부에 이어 이번에는 군소정당 후보까지 다음 대권을 들먹인다.이유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답보상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한가지 사술(詐術)이다. 그들 중에는 당장의 총선에서조차도 승산이 없는 사람들이 들어 있다. 차기 대선이 이런 사람들의 경연장이라면 우리 정치의 장래는 암담하다.

■‘대권도전’운운 부류는 사실상 재기불능의 상태이거나, 기계로 치면 내구연한이 지난 사람들이다. 대권은커녕, 소권 담당 자질마저도 의심스런 사람도 있다.

이들이 총선판에서 ‘대권도전’운운 하는 것은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따라 뛰는 꼴’이다. 웃지 못할 일은 내각제가 불변의 당론인 정당에서 조차 일부 인사들이 대권도전 운운하고 나선 점이다. 모두가 지지율 제고를 위한 고육책이 틀림없어 보인다.

■자신의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대권도전’운운 하는 것을 보면 역겹다 못해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한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이쯤되면 정치의 희화화(戱畵化)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황당한 일은 지저분한 사생활로 실추된 이미지를 호도하려는 파렴치한도 있다는 사실이다. 대권도전이 이런사람들의 국면 탈출용이어서는 안된다. 대권이 아무나 넘겨다 볼 수 있는 그런 자리인가.

■‘너도 나도 대권’ 증후군의 가장 큰 폐해는 바로 착시현상 유발 가능성이다. 유권자들이 먼저 깨달아야 할 일이 있다. 총선이 국회의원 선출 행사이지, 대권후보를 가리는 선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대포장으로 의심되거나, 거품 있는 사람부터 ×표를 쳐 나가자. 터무니 없이 ‘대권’을 파는 사람부터 제외하는 것이 바른 선택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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