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효과/데이비드 시실리아·제프리 크뤽쉔크 지음/정순원 옮김·21세기 북스 발행‘그가 기침하면 세계는 독감에 걸린다.’ 그의 공식연설이 있는 시간이면 전세계 금융권은 모든 의사 결정을 유보한 채, 그의 입을 주시한다. 연설이 끝나는 순간, 제각각 그의 발언이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다.
앨런 그린스펀(74). 미국 통화금융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Federal Reserve Board) 의장으로 13년째 군림해 온 세계 금융계 황제다. 1996년 12월 5일, 어느 저녁 만찬에서의 평범한 연설은 금융계의 전설이 되었다. 당시 그는 미국 중앙은행의 역사를 개관한 평범한 연설을 했음에도 그의 연설내용 중 ‘거품’ ‘이상’ ‘과열’이란 말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곧바로 호주, 일본, 홍콩, 영국, 독일, 미국 등의 주가가 연쇄적으로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났다. 바로 ‘그린스펀 효과’(The Greenspan
Effect)였다. 어느 윌스트리트 증권전문가는 “금리를 올리는 대신, 그는 연설을 할 것이다”라고 요약했다. 그린스펀은 ‘공개발언’이란 경보장치만으로도 막대한 정책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증시를 조정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때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의 발언에 과민반응을 보이지만, 금융시장의 운명이 실제적인 금리조정보다 군중심리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전세계 투자자들의 심리 속에 이미 그린스펀은 금융의 최고 지도자로 각인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영향력은 글로벌 마켓 시대에 FRB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을 뿐 아니라, 그가 의장 임기를 맡고 있는 동안 ‘물가안정’과 ‘지속가능한 최대의 성장률’을 위해 흔들림없는 원칙을 고수하며 미국 역사상 유례 없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서 세워졌다.
미국의 베테랑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시실리아와 제프리 크뤽쉔크가 공동저술한 이 책은 이런 그린스펀 효과를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 지침서다. 그린스펀의 모호한 말 속 숨은 뜻을 간파해, 투자자, 통화정책 담당자 등에게 보다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발간된 이 책은 그린스펀 효과의 영향력 하에 든 국내에서도 이미 원서로 잘 알려진 책이다.
그린스펀이 1987년부터 1999년 사이 행한 3,500 페이지 분량의 강연 내용을 기초자료로 삼은 이 책은 특정한 경제상황에 대한 그린스펀의 대응방식과 그 영향력을 분석했을 뿐 아니라, 미국 경제 메커니즘과 FRB의 시장개입 방법도 설명하고 있어 미국 금융정책의 유용한 정보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그린스펀 효과’의 분석을 통해, ‘그린스펀과 FRB가 언급하는 사안은 궁극적으로 금리에 관한 것’ ‘그린스펀 메시지에 대한 신문의 주요제목을 파악하라’ ‘대부분의 그린스펀 효과는 부정적이다’ ‘그린스펀 효과는 짧은 주기를 가지고 있다’ 등 그의 발언에서 유의해야 할 16가지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번역자 정순원씨는 현대자동차 부사장. 1만 3,000원.
■who?
1926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했고, 1948년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54년 채권트레이더 윌리엄 타운센드와 만든 컨설팅회사 ‘타운센드&그린스펀’은 그의 20년 동안의 일터였다. 1974년 닉슨 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고, 1987년 폴 볼커의 후임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직에 올랐다. 4년 임기의 의장직에 세차례 재임명된 그는 13년 째 FRB를 맡고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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