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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후계싸움으로 본 실상

입력
2000.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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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재벌그룹 현대가(家) 2세들의 재산싸움을 계기로 재벌가의 ‘전쟁(錢爭)’이 새삼 화제다.우리나라 재벌역사가는 50여년이상 됐지만 족벌경영 영향으로 경영권 승계와 부의 대물림을 둘러싼 추악한‘골육상쟁’을 겪지 않은 그룹이 없을 정도로 재벌과 돈싸움은 뗄래야 뗄 수 없다.

그동안 진행돼온 재벌가의 재산분쟁은 형제분쟁형, 숙질대립형, 부자갈등형 등 크게 셋으로 구분된다. 한화 한진, 대상(구 미원)그룹 등은 형제간 분쟁을 겪은 후에 분가를 마치는 곤욕을 치른 케이스.

한화는 창업주가 유언을 남기지 않은 채 일찌감치 타계한 탓에 동생 김호연(金昊淵)빙그레회장이 90년대초 형인 김승연(金昇淵)그룹회장을 상대로 부친이 물려준 재산을 독식했다며 상속재산 반환청구소송을 벌이는 법정혈투를 벌였었다.

창업주와 아들이 법정에 서는 경우도 많았다. 자유당재벌로 통했던 대한방직의 경우 창업주 설경동(薛卿東)씨가 60년 부정축재혐의로 재산환수 위기에 처하자 소유주식을 장남 원량(薛元亮)씨에게 넘겼다가 61년 혁명이 끝나자 장남에게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 부자가 법정다툼을 벌이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식음료재벌 L그룹은 창업주가 부친을 비롯해 3명의 다른 형제와 차례로 법정까지 가는 다툼을 벌였다. S그룹도 창업주 2세와 삼촌이 계열사 분리를 놓고 적지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그룹은 특히 2세경영체제로 완전히 넘어오면서 사촌간 재산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은 채 봉합경영을 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재산권 문제가 수면 위로 본격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현대의 경우 숙질간 갈등을 거쳐 형제간 결전을 통해 후계자가 판가름난 케이스.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鄭夢九)회장은 이번에 치열한 경영권다툼을 벌인 동생 정몽헌(鄭夢憲)회장과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지난 98년 정세영(鄭世永)전현대자동차명예회장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으로 분가시켜 자동차경영권을 장악했다. 그는 이번에 동생과의 대권승계를 둘러싼 최후의 일전에서 패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LG는 구씨와 허씨간 53년째 동업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영권도 구씨가의 장남이 대물림하면서 경영승계를 둘러싼 갈등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재벌가 싸움은 대부분 가진자의 더 갖기싸움으로 비쳐지면서 기업이미지 실추는 물론 대외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교수는 “오너의 말 한마디로 경영권이 오가고, 법적 권한이 없는 그룹구조조정위원회가 계열사 경영자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주총과 이사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법과 국제규범에 맞지 않은 낡은 경영관행을 일삼는 기업에는 재발방지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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