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40년 27일 빈서 각료회의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유가 안정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해 3월 감산결정이후 1년동안 유가를 3배나 끌어올리면서 세계적으로 유가비상을 불러온 바 있는 산유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개진하고, 어떤 모양의 합의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는 국제석유자본(메이저)의 가격지배에 맞서기 위해 OPEC이 설립된 지 40년이되는 해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를 통해 1970, 80년대 석유산업의 국유화와 가격 카르텔로 소비국을 압도했던 '강한 OPEC'의 부활 여부도 관심이 크다.
■증산합의 가능성
기름값이 연일 걸프전 이후 최고가를 경신하던 지난 2일 세계 1, 3위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비(非) OPEC권의 핵심 산유국인 멕시코 석유장관이 런던에 회동했다. 1998년 OPEC과 일부 비 OPEC국의 공동 감산합의(리야드 협정)를 주도했던 이들이 다시 모인 것은 4월부터 OPEC을 ‘증산’쪽으로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석유시장의 라이벌이기도 한 이들 3국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고유가가 수급불안을 악화시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겐 공통의 ‘아픈 기억’이 있다. OPEC은 1997년 11월 증산을 합의, 유가가 급락하자 회복하기 힘든 경제적 대가를 치렀다. 사우디의 경우 1998년 국고수입이 전년대비 30%나 줄어 대부분의 국내 프로젝트가 중지됐다. 이후 3국은 공조를 통해 OPEC과 비 OPEC국을 오가며 산유량을 조율해왔다.
■내부 균열상
증산으로 방침을 바꾸려는 지금 OPEC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의례적인 엄포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 위해선 회원국이 단결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란과 알제리, 리비아 등은 석유수요 감퇴기인 봄·여름에 증산하는 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유엔으로부터 석유수출 제재를 당하고 있는 이라크는 “증산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행위”라며 감산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OPEC 회원국이 증산량과 시기에 대해 ‘단결된’ 모습을 보이긴 힘들 것이라는 게 유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OPEC 회원국을 순회하며 증산압력을 가하고 있는 빌 리처드슨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11개 회원국 중 7개국만이 증산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OPEC 관련 권위지인 중동경제조사(MESS)의 카두리 편집장은 “OPEC이 미국의 압박 등으로 증산에 동의하는 듯하지만 증산규모에는 이견이 많다”면서 “하루 150만배럴을 증산하는 선에서 대충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OPEC이 최근 1년간 보여준 결속력을 ‘기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해 3월 감산합의후 회원국들은 감산 이행률을 70-80%나 유지하며 고유가시대를 열었다.
■고유가의 부메랑
하지만 OPEC 스스로 자원 내셔널리즘을 포기한지 오래 라는게 일반적 견해다. 세계 석유공급량의 35% 이상, 매장량의 78%를 차지하는 OPEC은 1985년 공식 판매가격을 폐기했다. 수급을 무시한 채 책정된 유가가 수요의 감소를 불러 OPEC 회원국의 손해로 되돌아 온 것. 이후 석유는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헤지펀드 등이 석유 시장에 개입, OPEC의 석유생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OPEC도 유가가 비쌀수록 좋다는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OPEC 회원국들의 중요 과제는 자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이다. 1951년 일방적으로 석유산업의 국유화를 선언, 석유메이저와 대립했던 이란은 1995년부터 외국기업에 유전개발을 개방했다.
외자를 도입해 유전을 개발하는 것이 고용창출과 국고수입 확보에 유리하다. OPEC이 ‘석유패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석유시장에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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