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 번복 또 번복…’휴일인 26일 재계는 하루종일 엎치락 뒤치락하는 현대그룹 정몽구(鄭夢九) 정몽헌(鄭夢憲)회장의 경영권 장악 공방전 상황을 걱정어린 눈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그러나 양측의 포성은 그치지 않고 밤늦게까지 확대됐다.
이날 언론사에는 “도대체 21세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무슨 후계권 다툼이냐”“양측 모두 잘못이다”는등 비난이 빗발쳤다.
○…‘휴일의 대혈투’는 정몽구회장측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언론사로 “1시간 후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이 있다”고 통보했다. 현대건설이 건물을 봉쇄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게됐다고 덧붙였다.
오후 2시30분 회견장에 나타난 정순원(鄭淳元)현대·기아자동차 기획조정실장(부사장)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친필서명이 담긴 ‘정몽구 경영자협의회장직 유임’결재서류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모든 사항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천명했다.
정실장은 특히 “그룹 구조조정위원회가 재무구조조정을 위한 한시적인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정몽구회장 면직을 발표한 것은 소관업무를 벗어난 월권행위”라며 구조조정위원회를 향해 직접 포문을 열었다.
회견장에는 현대자동차 홍보실은 물론 기아자동차 홍보실 인력이 대거 나와 행사진행을 도와 눈길을 끌었다.
○…정몽헌회장측은 4시간여 후인 6시 45분께 정몽구 회장측의 기자회견에 대해 “정몽구 회장의 경영자협의회장 면직 인사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재수(金在洙)구조조정위원장은 계동 현대그룹 15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몽헌 회장과 제가 오후 5시께 가회동 자택으로 정 명예회장을 찾아가 정몽구 회장의 경영자협의회장 면직인사가 그대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몽헌회장의 한 측근은 “정 명예회장이 오늘 오전 6시10분께 가회동 자택에서 정몽헌회장과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 사장과 만났을 때 이와 관련해 다른 말씀이 전혀 없었다”며 “정 명예회장의 서명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측근도 “정명예회장이 오전11시께 점심식사도 정몽헌회장 측근인 김윤규현대건설사장과 했기 때문에 정몽구회장측이 주장하듯 현대경영자협의회 회장직 유임을 결재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몽구회장측이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오후 7시께 반박자료를 내고 “이번 유임안은 정명예회장이 친필로 서명한 것으로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정명예회장의 결심이 변함이 없다는 점을 알린다”며 “특히 구조조정본부장의 주장은 물적인 증거가 전혀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측은 “정명예회장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라는 것 또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대차 정순원실장은 오후 9시께 서울 올림피아호텔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정몽헌회장 측의 발표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 각 계열사와 언론사에는 두 형제의 ‘골육상쟁’을 비난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한 시민은 “나라경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서로 욕심만 부리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주영명예회장이 직접 나서 이번 파동을 해결해야 한다”며“현대는 자신들의 과오가 자칫 나라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조속히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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