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척하는 후보보다는 지루한 후보가 낫다.' 맥케인 돌풍을 넘어 대선고지를 향해 질주하던 미 공화당 대선후보 부시 진영에 '이미지 메이킹' 비상이 걸렸다.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유권자들로부터 너무 ‘건방지고(cocky) 뻐긴다(arrogant)’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자 참모들이 대책마련에 부심중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시는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이같은 이유로 더욱 싫어졌다는 응답이 3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실시된 같은 조사의 19%에 비해 24%포인트나 악화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고어는 부시 지지자들로부터 성격상 이유로 싫다는 응답이 24%에서 22%로 나아진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부시의 성격을 한마디로 묘사해 달라는 같은 설문항목에서 ‘건방지고 뻐긴다’는 응답 외에 ‘신뢰할 수 없다(untrustworthy)’, ‘겁쟁이(wimp)’, ‘무조건 나쁘다(bad)’등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동일한 조사항목에서 고어는 ‘지루하다(boring), 따분하다(dull)’는 지적을 주로 받았다.
부시진영에서는 이같은 결과가 부시 주지사가 대선주자로 확정된 이후 경쟁자였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을 너그럽게 포용하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한 데다 고어에 대해서도 부정적 공세를 취하는 바람에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좀더 부드러운 모습을 보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소송전문변호사와 법률회사들이 최근 민주당측에 전폭적인 자금지원을 하며 부시 낙선대열에 가세하기 시작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부시진영을 곤혹스럽게 하고있다. 2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소송전문 변호사들은 민주당측에 헌금액수에 제한이 없는 ‘소프트머니’로 수십만달러씩을 내놓았다.
이는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로 재임하면서 무분별한 민사소송을 억제하고 변호사수임료를 제한해온데다 소송억제를 핵심선거공약으로 내세운 탓이다. 민주당측이 변호사들로부터 모금한 소프트머니는 275만달러로 이는 공화당의 모금액 2,800달러에 비하면 거의 10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변호사들의 민주당지지 성향이 갈 수록 노골화하자 부시진영에서는 소송억제 공약을 포기할 것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부시가 처한 상황은 11월까지의 장기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대장정에서 ‘잘 나갈 때 몸조심해야한다’는 교훈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게 워싱턴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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