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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피노체트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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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피노체트의 친구들

입력
200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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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칠레의 역사 바로세우기, 익명높은 쿠데타 독재자 피노체트(84) 단죄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27년만에 사회장이 다시 집권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군부 등 보수우익을 누르기 어려운 것이다.집권 17년간 반체제인사 수천명을 살해한 피노체트는 90년 국민저항에 몰려 퇴진하면서도 군에 복귀했고, 98년 퇴역 뒤에는 종신 면책특권을 지닌 상원의원으로 남았다. 강대국 패권주의가 심은 이념 대결과 군사통치의 잔재를 씻지 못한 남미의 현실이다.

■ 미국은 73년 남미 최초의 민선 사회주의자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 등 1,000여명을 학살한 쿠데타를 사주, CIA 요원 400명을 지원했다. 또 영국은 무기판매 등으로 칠레 군부와 유착했고, 국제적 기피인물 피노체트를 줄곧 VIP로 대우했다.

영국정부는 98년 가을 피노체트가 런던을 찾았을 때 스페인 법원이 반인권범죄혐의로 신병인도를 요구하자, 안팎의 여론을 의식해 그를 억류했다. 그러나 결국 고령과 치매를 핑계로 방면하는 '인도적 조치'를 했다.

■ 칠레 공군기편으로 귀국한 피노체트는 군부의 환영을 받자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건강한 모습을 과시, 억류 16개월간의 국제적 논란을 비웃었다.

이 드라마같은 반전의 배경에는 '피노체트의 친구들'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영국에서는 대처 전총리르 비롯한 보수세력이 석방로비에 앞장섰다. 피노체트의 런던방문도 칠레 해군의 영국제 군함 도입을 옛 친구들과 추진, 막대한 커미션을 챙기기 위한 행보였다고 한다.

■ 미국쪽도 정부를 대신해 키신저 전국무장관, CIA 국장출신인 부시 전대통령 등이 나섰다. CIA의 부도덕한 칠레 공작이 새삼 논란되는것을 꺼려서다. 칠레의 보수 카톨릭교단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반공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로비에 한몫 거들었다고 한다.

인권을 외치는 이들이 피노체트를 비호한 아이러니는 난 세기를 얽어맨 이념대결의 유산이 온존함을 보여준다.

우리의 이념적 토양은 아직 척박한데, 주변기류마저 이렇게 변덕스러울까 걱정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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