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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당선 '떼어 논 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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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당선 '떼어 논 당상'

입력
200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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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실시되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누가 당선될 것인지 여부는 아예 논외인채 블라디미르 푸틴 (47)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선투표(4월16일)까지 치를 것인지만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만큼 푸틴의 당선은 기정사실이다.23일 여론조사 공포금지 시한 직전에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VTsIOM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틴은 53-55%의 지지를 얻어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적이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와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야블로크당 당수는 각각 22-24%, 5-6%의 지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 투표율은 64-65%선이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푸틴의 지지도가 1차투표 승리에 필요한 50% 이하로 내려가 4월16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그래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는 이론이 없다.

이에 따라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 관측통들을 대거 동원하며 푸틴의 진면목과 러시아의 장래를 가늠하는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 언론에 드러나는 푸틴 후보는 ‘너무 완벽한 리더’이다. 우선 엄청난 병치레로 국민들을 질리게 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는 너무나도 다른, ‘터프 가이’ 로 각인돼 있다. 유리 셰브첸코 보건 장관은 23일 “푸틴의 건강이 완벽한데 놀랐다”고 말했다.

국가보안국(FSB) 총수 출신의 전직 스파이인 푸틴은 지난해 총리로 임명된 이후 체첸전을 강공책으로 밀어 붙이는 강인한 이미지로 순식간에 스타로 떠올랐다. 또 공개적으로 전투기를 조종하는가 하면 유도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신유고연방 폭격과 경제파탄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러시아 자존심의 상징적 발현으로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푸틴의 인상은 러시아가 과거 스탈린식 강압주의로 회귀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동시에 자아냈다. 노벨상 수상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의 미망인은 “권위주의가 득세하고 사회는 병영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의 주변에 정보기관 출신이 포진하고 군 장교의 사상성을 검토하는 특수기구와 학교 군사교육이 부활한 것도 이같은 경고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푸틴은 변덕스런 민의(民意)와 민주주의의의 쓴맛 단맛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 그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에 발탁돼 관영 언론의 압도적 각광 속에 선거전을 치른, 쿠데타 같은 냄새가 나는 정치 술수의 수혜자인 셈이다.

하지만 푸틴은 “국가는 시장 기구를 방어해야 한다” “부패가 계속되면 발전은 없다” “나는 마거리트 대처(전 영국 수상)의 숭배자” “올리가르흐(과두지배체제)를 억제하겠다”라면서 러시아의 구태 탈피를 공언하는 등 서방 기준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과시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그의 성격에는 두가지 경향이 있다”며 말보다는 행동을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 시장도 “푸틴은 백지이자 열린 책장”이라고 비유했는데,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았다는 기대 외에 근본 성향과 능력을 알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병찬기자

b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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