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라디오는 없어서는 안될 친구였다. 여가 수단이자, 문화욕구 충족 수단이었다. 1980년대 컬러 TV가 등장하면서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친구로 남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방송가에서 일부 라디오 진행자들은 익숙한 목소리로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MBC 7층 라디오국 복도 벽. 최근까지 금과 구리로 각각 만든 사람 입모양의 마우스 상(像)이 5개가 있었다. 19일 구리로 도금한 마우스 상이 하나 더 추가됐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진행자 배철수 마우스 상. “‘음악캠프’ 를 1년을 하더라도 내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 PD만 9명이 바뀌었다.” 배철수의 소감. MBC는 1997년 라디오 장기 진행자를 기념하기 위해 마우스 상을 만들었다. 20년이상 진행자에게 골든 마우스 상을, 10년 넘는 사람은 브론즈 마우스 상을 벽에 부착한다.
강산이 세번 변하도록 방송을 한 진행자는 MBC 라디오에 단 한사람 있다. 동아 라디오 최동욱, 동양 라디오 피세영과 함께 1965년 당시 DJ라는 생소한 명칭으로 방송을 했던 이종환(63). 그는 ‘밤의 디스크 쇼’ ‘별이 빛나는 밤에’ 등에서 팝송을 소개하며 청년 문화를 이끌었고 지금도 청취율 1위인 ‘지금은 라디오 시대’맡고 있다. 이종환은 35년째 라디오 방송만을 고집하고 있다. 폴모리아의 엠마누엘 ‘따라라라라~ ’ 로 시작하는 시그널 음악으로 유명한 ‘두시의 데이트의 김기덕입니다’의 김기덕 역시 골드 마우스 상의 주인공. 단일 프로그램을 20년 진행해 기네스북에 까지 올랐다.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의 강석과 김혜영은 이 프로그램 진행만 각각 16년, 1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또 1997년부터 ‘두시의 데이트’를 맡고 있는 이문세는 라디오 방송 경력 18년째. ‘별이 빛나는 밤에’만 11년을 진행했다.
“방송은 마약과 같다. 힘들다가도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방송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팔자인가 보다.” 22일 스튜디오에 들어선 이종환의 말.
16년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단 한번도 펑크를 내지 않았던 강석은 “제 자신이 라디오를 들으며 성장한 세대여서 그런지 라디오가 편하다. 이제 청취자들이 목소리만 듣고도 제몸의 컨디션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불과 2개월을 못 채워 아깝게 브론즈 마우스 상을 부착시키지 못한 사람도 있다. 손숙. ‘여성시대’방송 9년 10개월에 환경부장관에 입각했기 때문이다. 손숙은 “10년을 채워 브론즈 상을 붙이고 싶었는데 안타깝다.” 고 입각 당일 아쉬움을 나타냈다.
KBS ‘라디오 정보센터’을 5년째 맡고 있는 박찬숙도 라디오 방송이 30년가까이 되고, SBS ‘이숙영의 파워FM’ 을 진행하는 이숙영도 KBS시절까지 합치면 20년을 라디오와 함께 했다.
이들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예전 포맷을 유지하며 10-20년간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고정 팬도 많다. 특히 TV 시청자와 달리 손쉽게 청취자들이 편지나 전화를 통해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친근감으로 인해 이들 라디오 프로그램은 방송연한을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진다.
KBS 조원석 라디오국장은 “영향력은 TV에 비해 줄었지만 라디오는 생활 속에 늘 함께 할 수 있는데다 청취자의 욕구를 즉각적이고 다양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어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고 라디오 예찬론을 펼쳤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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