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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신종 마약 '게임 중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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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신종 마약 '게임 중독증'

입력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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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게임’ 중독증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게임과 인터넷에 몰두하던 20, 30대의 돌연사가 잇따르는가 하면 정신과병원마다 ‘대인공포증’과 ‘게임 금단증상’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증이 이미 ‘디지털시대의 신종마약’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루 6시간 이상 컴퓨터게임에 빠져 사는 초등학생 박모(11)군.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마다 안절부절 못하는가 하면 집중력도 크게 떨어져 최근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박군은 정신질환의 일종인 대인공포증 초기 판정을 받았다. 학교에 가는 시간 외에는 6개월 이상 컴퓨터게임에 빠진 결과였다.

고교 1년생인 김모(16)군은 끼니마저 거른 채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에만 매달리고 부모의 감시를 피해 수차례 PC방으로 가출까지 했다. 결국 정상생활 불가능 판정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처지가 됐다.

대구에서 정신과 치료중인 S중학교 김모(14)군도 “지난해 초부터 매일 스타크래프트와 레인보우 게임에 빠져 살다보니 늘 머리가 아프고 사람 만나기가 무서워졌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에는 컴퓨터게임 중독으로 인한 대인공포증 환자가 전체 내원환자의 10~20%에 달하고 일반 정신과병원에도 하루 3~4명씩의 청소년들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찾고 있다.

이처럼 전문치료를 요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컴퓨터게임에 중독된 많은 이에게서 강박감, 편집증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비만, 체력저하 등의 신체이상증상을 수반하는 경우도 많다.

PC방에서 살다시피하는 이모(17)군은 “스타크래프트 전략을 세우느라 수업시간에도 도무지 집중이 안되고 말도 잘 못알아 듣는 때가 많다”면서 “내가 게임 속 세상에 사는지, 현실 속에 있는지 자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C고 이모(24·여)교사는 “밤새 PC게임을 하다 수업시간 내내 자는 학생이 한반에 10명이 넘는다”며 “수업 도중 PC방으로 도망가는 학생도 있고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게임하는 학생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즈니스네트워크사가 최근 정신과 의사 및 심리학자들과 함께 네티즌 2만명을 상대로 실시한 게임중독 테스트 결과 조사대상자의 5-6%가 위험수준의 게임중독환자로 밝혀졌다. 회사측은 “이들 대부분이 ‘전문적인 게임중독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받기를 원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申宜眞·정신과)교수는 “컴퓨터게임에 지나치게 빠진 청소년은 대인관계에서 재미나 성취감을 못느끼고 사이버세계에 몰두, 극도의 불안장애와 심하면 자폐증세까지 겪게 된다”며 “여럿이 함께 하는 스포츠나 놀이로 유도하는 등 주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대구=이정문기자

jmlee@hk.co.kr

■게임도중 말시키면 화가 난다?

㈜비즈니즈네트워크가 정신과 전문의 및 심리학자들과 공동으로 조사, 분류한 게임중독 자가진단 항목은 총 30개.

이중 주요내용은

현실이 게임처럼 느껴진다

게임하느라 식사를 거르고 밤도 새운다

게임 때문에 가족과 다툰다

게임 도중 말을 시키면 화가 난다

게임 주인공이 죽으면 내가 죽은 것 같다

현실보다 게임 속의 내가 더 유능하다

게임 때문에 약속을 취소한다

세상일이 게임처럼 진행되기를 바라게 된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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