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지난해부터 코스닥에 돈이 몰리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벤처 분야에는 단기간에 기대 이상의 투자와 회수 시장이 형성됐다. 그 결과 벤처기업 육성은 시장에 맡기면 되며 정부는 더 이상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벤처 현상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서 나온, 성급한 판단의 결과물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형성된 벤처시장은 벤처자금시장에 불과하다. 또 코스닥을 통해 대량의 자금을 조달한 벤처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아직 창업 초기 자금난을 겪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기술과 인력의 부족은 벤처 발전의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기술·인력시장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 기반 조성이 여전히 필요하다.
정부는 또 벤처산업의 급속한 국제화에 대비해서도 할 일이 많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국제화 역량은 매우 취약하다. 미성숙한 해외투자로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도 다수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 국제화에 대비한 전문 인력 양성, 수출 촉진, 해외직접투자 지원 등 많은 일을 해야한다.
우수한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양성되는데 필요한 제도적 기반 마련도 정부의 몫이다. 지금은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면 향후 바이오, 환경 등의 벤처 창업도 활성화할 것이다. 지식, 문화, 서비스 분야의 벤처 창업도 필요하다. 이러한 분야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 개선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배태조직 발전도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함께 과학기술 투자의 증가로 인해 벤처 분야에서 약진할 수 있었다. 1980년대부터 많은 연구소가 설립되고 기술 투자가 급증했으며 이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탄생시키는 배태조직의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과학기술 투자를 하고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배출해야만 벤처붐을 지속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경영학
■반대
‘벤처시샘자’라 해도 벤처산업이 얼마나 필요한 지를 부정할 수는 없다. 벤처기업이 21세기 우리 경제의 테크놀로지와 생산성의 원천으로 중추 역할을 해야할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한도가 있다. 고수익의 벤처산업은 고위험 부담을 전제로 한다. 생존률이 5%라면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4만개의 벤처기업이 토착하기 위해 76만개의 벤처기업이 망해야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이 당연한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는 국민에게 벤처 투자를 권유한다.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벤처산업을 띄웠고, 언론은 쌍수를 들어 이를 환영했다. 엔젤펀드는 100개를 넘으며 정부는 예산을 들여 직접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까지 한다.
투명한 시장에서 칼날같은 기술 경쟁에 나선 벤처기업들은 원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주식시가 총액이 외형의 수백배까지 올랐지만 실상 내후년에 생존하기나 할 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진실한 벤처시장의 생태계이다. 적어도 그러한 극렬 경쟁의 시장 조건이 돼야 벤처산업은 건강하게 토착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돈은 옥석구분없이 벤처기업을 등장시키는 토양을 조성한다. 벤처 도태자가 속출하고, 벤처펀드는 원금을 까먹고, 물불 안가리고 투자하다 낭패를 본 국민들이 한꺼번에 벤처산업에 환멸하는 사태를 정부는 상상해 보았는지 의심된다.
오늘의 벤처정책은 국민을 선동한 책임이 있다. 또 벤처산업이 외환과 물자를 직접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난 30년간 쌓아온 생산과 수출기반을 헌신짝처럼 도외시하고 벤처에만 몰두하는 세태를 가져온 책임도 있다.
벤처행으로의 변화는 피할수 없는 행진이다. 그것은 빨리 가야 하겠지만 또한 조심스러워야 한다. 오늘의 벤처 풍토는 너무 조급하고 도박적이어서 자라나는 벤처산업의 버릇과 그 장래, 급기야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온 것이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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