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이 38년동안 거주하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을 정몽구(鄭夢九)회장에게 물려주고 가회동 새 주택으로 22일 이사했다.정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서산에서 헬리콥터 편으로 귀경, 최근 구입한 가회동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현대는 정명예회장이 올해초 도보로 출근할 수 있을 만한 거리의 주택을 찾아볼 것을 현대건설 김윤규(金潤圭)사장에게 지시했으며 김사장이 직접 주택을 물색, 본인의 승낙을 받아 이달 16일 등기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정명예회장이 서산으로 떠나기 직전인 21일 청운동 자택에서 정몽구회장에게 “네가 현대 가문의 장남이니 이 집에 들어와 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몽구회장이 “양쪽 집을 모두 사용하시는게 좋겠다”고 말하자 명예회장은 “이 집이 명당이어서 향후 현대를 이끌어갈 네가 살아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대지 627평의 청운동 주택은 정명예회장이 1962년 직접 지은 것으로 2개 건물로 구성돼있으며 90년대 중반까지 매일 아침 전 자녀의 부부들을 불러 함께 조찬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정명예회장의 새 가회동 자택은 대지 615평, 건평 149평의 2층 건물로 화신백화점 창업주 박흥식(朴興植·94년 작고)씨가 살기도 했던 집이다. 현대는 55억원을 주고 이 집을 구입했다.
정명예회장 이주 사실이 알려지자 현대그룹 내에서는 “명예회장이 정몽구회장을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결정한 것이며 현대증권 인사파동도 이미 내정한 방안대로 조기에 마무리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명예회장이 이사한 것을 놓고 금융부문등 그룹 후계구도까지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재계는 정명예회장이 올 상반기 현대자동차 계열분리에 따른 그룹 분할을 앞두고 자신의 재산에 대한 정리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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