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마음껏 내 꿈을 펼치고자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새 길로 들어섰을 때 내 나이 만 서른여섯이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 성공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잘 안되면 재입사할 수 있느냐?”는 한 선배의 물음에 “Sure!(물론)”라고 외쳤던 것도 남다른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첫 발을 디딘 벤처기업에서 기술과 경영 지원 업무를 맡았는데, 경영자가 겪는 고통에 대한 고려없이 내가 더 잘 나 보겠다고 나왔다. 지금도 그 당시 내가 가슴에 못을 박은 그 경영자를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찡해온다.
두번째 벤처회사에서는 기술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당시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기는 일도 겪었다. 진짜 신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안고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나왔다.
오픈아이㈜는 그렇게 탄생됐다. 이번에는 내가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됐다. 나의 행동과 판단에 따라 회사의 장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옷 매무새와 얼굴 화장도 수시로 되짚어보게 된다.
오픈아이의 주사업인 여성전문 포털 ‘아이지아’(www.izia.com)를 개설하면서 실시한 20대 직장여성과 여대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의외로 많은 이들이 창업이나 전문직 취업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여성들을 위해 이 기회를 빌어 먼저 길을 걸어온 선배로서 몇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회사 대표로, 더구나 인터넷사업을 하면서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꼈다. 이는 특히 여성들에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남자들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선후배를 챙긴다. 그러다 일이 생기면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다. 순수한 우정이든, 언젠가는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에서든 그런 인간관계가 든든한 재산임은 틀림없다. 우리 여자들도 평소 적극적이고 다양한 만남을 통해 인맥을 쌓아두라고 권하고 싶다.
또 인생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자신있게, 단계적으로 꿈을 실현해가기를 바란다. 실패해도 큰 문제가 없는 사업 아이템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설혹 문제가 생겨도 어렵게 어렵게 해결해가는 기쁨도 맛보면서 도전적인 인생을 살기를 권한다.
나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나누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 역시 한층 성숙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혜정 오픈아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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