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2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비리 수사를 비난하는 야당측 주장을 반박하고 강경 수사방침을 천명한 데는 총선을 앞두고 연일 증폭되는 야당의 정치공세를 초기에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또 병역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 27명의 아들 31명에 대해 전원 소환통보를 했으나 한나라당이 ‘병역음해특위’를 구성, 소환에 일절 불응키로 결정한데 따른 수사 난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퓰이된다.
임휘윤(任彙潤) 서울지검장은 이날 “16대 총선을 앞두고 야당 인사자녀들만 집중소환하는 것은 정치적 공작”이라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병역비리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국가안보저해사범’으로서 정치적 시비대상이 아니다”고 분명하게 쐐기를 박았다.
병역비리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형적인 부정부패로, 이번 수사를 총선이후로 연기해야 된다는 야당측 주장은 검찰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라는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야당측 주장이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범죄인 병역비리 척결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도외시하고 도덕적 부패를 호도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검찰이 ‘로마제국’의 패망원인중 하나로 시민들의 병역기피를 예시한 것은 이번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입장을 극명하게 보여준 부분이다.
검찰은 또 앞으로 정치인 자제들이 소환에 계속 불응할 경우 인적사항및 면제사유 등을 공개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체포및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병역비리 공표는 정치인들에게 사실상 ‘사망선고’와 같다. 검찰이 이처럼 초강수를 두기로 한 것은 한나라당의 소환불응 방침 등 야당측의 수사 비협조에 끌려가지 않고, 법이 정한 절차와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시켜 정치인을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검찰의 입장 발표가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게 이뤄진데다 검찰 수뇌부와 치밀하게 조율된 점 등으로 미뤄 오히려 여·야의 정치공방을 더욱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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