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자못 눈물겹다.젊은 여성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한 성형외과에 새로운 고객군이 대거 등장했다. 대기업 간부나 전문직 종사자 등 ‘남 부럽지 않은’ 위치에 있는 40∼50대 남성들이 그들. 연륜이 도통 먹혀들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더이상 ‘눈가와 이마의 주름’이 ‘인생의 훈장’으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D그룹 A(48) 영업부장은 15일 서울 삼성병원 성형외과에서 눈밑 지방 및 주름 제거 수술을 받았다. A부장은 “좀더 젊고 활기 넘쳐 보이고 싶었다”며 “주름이 제거되니 당당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또 각당에서 공천을 받은 40대 후반 정치신인 3∼4명이 찾아와 ‘사나운 인상을 펴달라’며 주름을 제거해 가기도 했다.
특수 향수를 만드는 벤처기업의 사장 B(41)씨는 지난 1월 중순께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외모’때문에 서울 강남구 P성형외과를 찾았다.
이 병원 의사는 “겉늙어 보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과감히 쌍꺼풀 수술을 받은 것 같다”면서 “요즘 ‘코 세우는 수술’ 등을 요구하는 벤처기업인도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 명동의 K성형외과는 정부부처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들과 은행, 증권사 임원들의 단골 병원으로 이미 유명하다. “젊은 상사를 모시는 경우가 많아 나이들어 보이면 ‘찍힌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수술 이유.
실제 종합병원과 개인병원 성형외과 고객의 각각 10%와 20%를 중년남성이 차지하고 있고 IMF 환란과 명퇴 바람이 분 이후 그 수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전언이다.
삼성병원 성형외과 신명수(申明洙·44)과장은 “젊은 층이 주도하는 사회변혁 바람 속에서 중년남성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의 반영”이라고 진단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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