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알면 최소 6개월을 투자하고, 기업인을 알면 1년이상 묻어둬라.’주식 투자자들의 투자기준중 하나는 최고경영자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하는 벤처기업의 경우 창업자나 최고경영자는 투자기준의 처음이자 끝이다.
그러나 요즘 ‘사이비 벤처인’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다. ‘꿈속을 헤매는 창업자’ ‘빗나간 벤처인’이 많다는 것이다. 유망 벤처 K사의 L사장은 “현재 자처하는 벤처인중 최소 5%는 국내 벤처업계의 물을 완전히 흐려놓는 사이비”라고 단정했다. 심한 경우 “기존 벤처인의 절반가량은 3년내 간판을 내려야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서울 테헤란밸리의 유수 벤처캐피털에 근무하는 P(35)팀장. “매출액이 전혀 없으면서도 1년안에 50억원 매출에 회원 100만명 확보는 문제없다고 큰 소리치는 사람이 많다”며 “기술력 검증이나 자금회수 얘기를 꺼내면 ‘여기 아니라도 돈댈 데는 많다’며 오히려 화를 낸다”고 말했다.
사업성을 전혀 인정받을 수 없으면서도 벤처주변에 넘쳐 나는 돈 때문에 배만 두드리는 벤처인들이 적지않다는 얘기다.
창업초기의 벤처인에게는 투자자를 현혹하는 현실성없는 사업계획, 기술인력 한 명없이 최고급 시설만 갖춰놓는 행태 등이 많다.
특히 한 사람이 여러 벤처기업을 세워놓고 업체별로 투자자를 불러 모으기까지 한다. 기술개발 등에 투자할 돈으로 전혀 다른 기업에 재투자, 재벌식 경영에 나서거나 심지어 ‘돈놀이’를 하는 모습도 적지않게 목격되고 있다.
현재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골드뱅크가 유망벤처인들의 비난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무분별한 ‘재벌흉내’에 있다. 10여개의 기업을 인수하다 보니 자금이 부족해 말레이시아 역외펀드에서 까지 투자를 유치하다 적대적 M&A의 대상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딴 길’로 들어선 벤처인이 많아진 이유를 “빚 한푼 없이 투자 자금만으로 생존가능한 구조탓에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자만심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최근 1년6개월동안 폐업한 벤처기업은 불과 138여개. 전체 벤처기업 5,500여개의 2% 수준으로 벤처 창업 3년내에 90%가 쓰러지는 미국과 비교하면 엄청난 생존확률이다.
그러나 제길을 가지않는 벤처인에 대한 시장의 심판은 시작됐다. 유신종(劉晨鍾)이지오스사장은 “투자자들을 현혹해 자금을 모은뒤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벌이는 벤처인들은 벤처업계를 위해서도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N사 K사장도 “시장이 스스로 정화에 나섰다. 주주들로 부터 쫓겨날 사이비 벤처인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니텔 강세호(姜世昊) 사장은 “벤처인의 옥석가리기에는 벤처캐피털등 시스템의 정상적인 가동이 중요하다. 벤처업계가 한국경제의 돌파구로서 확실하게 자리할 수 있는지는 이제 사이비벤처인을 가려내는 시스템 구축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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