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희대 인하대 등 전국 12개 대학 증권 동아리들이 이달 말 ‘전국대학증권연합회’를 만든다고 한다. 증권·금융시장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하고, 각종 자료를 모아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한편 각 학교 ‘고수’들의 투자비법도 공유할 방침이라는 것이다.지난 2월에는 전국 대학 창업동아리 대표 100여명이 ‘전국 대학생 창업동아리 연합회’를 결성했다. 대학 창업동아리에서 세운 기업은 지난해 말 97개에서 현재 170여개로 늘었다.
■지난해 말 주식투자인구는 335만여명으로 전체 국민의 7.2%에 달하고 있다고 증권거래소는 밝혔다. 같은 시점의 통계로는 가계가 금융기관에 진 빚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주식청약대금 대출 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증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우리 생활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또 IMF 체제 이후 변화한 직장 개념과 세계적인 디지털 혁명은 우리 사회에 벤처 붐을 일으키면서 창업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는 대상이 됐다.
■이처럼 급변하는 사회에 대해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회장도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차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노파심’이 슬그머니 생기기도 한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증시에 대한 학문적 탐구보다는 혹시 투자기법 개발에 더 치중해 결국 증시를 왜곡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지는 않을까. 또 뭔가 돈이 될 것 같은 사업찾기에 열중한 나머지 뛰어난 창의성과 순발력을 소진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동아리는 같은 생각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단체를 말한다. 동아리 활동은 대학 생활을 좀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부수적인 것이지, 그 자체가 대학 생활의 본류는 아니다. 얼마전 인문학 위기가 제기됐었지만, 이제는 우리 대학에서 기초 학문이 갈수록 홀대를 받아 존립 자체가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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