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영의 기린아’와 ‘방랑물개’라는 극단적 평가를 오가던 조광제(20·경남체육회)가 20일 대한수영연맹에 선수 등록, 1년여 공백을 마치며 수영계로 돌아왔다.평영 1인자로 기대를 모으던 조광제가 물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촌을 무단이탈, 파문이 확산되면서 수영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기 때문. 조광제에 대한 뭇사람들의 기대가 큰 만큼 질타의 목소리도 높았고, 약관의 나이로 이 모든 것을 감수해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통영 광도초등학교 4년때 입문, 10년 가까이 해온 수영에 염증마저 느끼던 시기였다.
지난 1년여 기억에 떠올리기조차 싫을 방황을 거듭하면서 조광제는 수영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키워갔다.
조광제는 4월 열릴 동아수영대회를 목표로 모교 경남체고 후배들과 함께 훈련에 여념이 없다. 그간 연맹의 사면조치를 기대하며 고향 통영서 혼자 간단한 훈련을 계속했지만, 공백기는 속일 수 없어 기초체력이 좀 달리는 편.
조광제는 물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면서 웨이트트레이닝과 구기운동으로 체력훈련에 치중하고 있다.
유연성과 지구력을 갖춘데다 193㎝의 체격까지 받쳐주는 타고난 수영선수인 조광제는 유일한 흠으로 여겨졌던 자유분방한 기질도 누그러뜨렸다.
“다시 국가대표로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평영50m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시드니올림픽에 감각을 익힌 후, 내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는 메달을 따겠다”고 의욕이 가득하다.
조광제가 세운 평영 50m(28초60)와 100m(1분02초94) 한국신기록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세계기록과도 1, 2초차. “인생을 걸다시피한 수영을 포기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며 각오를 새롭게 다진 조광제는 타고난 재능보다는 고통을 견뎌내고 부쩍 성숙한 모습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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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향란ima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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