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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벤처 미래를 보자](1)벤처,신기류냐 경제 돌파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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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벤처 미래를 보자](1)벤처,신기류냐 경제 돌파구냐

입력
200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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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한국경제의 돌파구인가, 신기루인가’돈과 사람이 벤처로 벤처로 몰리고 있다. 재벌들도 벤처대열에 경쟁적으로 나서 한국경제의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21세기 새로운 경제체제의 대세인 인터넷·벤처가 한국경제의 대안, 돌파구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비 벤처, 한탕주의 벤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익기반을 갖춘 벤처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며 3년 내에 절반 이상의 벤처기업이 문을 닫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벤처기업 5,500개, 투자대기자금 3조원. 뜨겁게 달아오른 벤처열기에 대해 ‘재도약을 위한 돌파구’라는 의견과‘과대포장된 신기루’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팽팽하다. 이에 따라 벤처가 더이상 왜곡되지 않고 돌파구로 자리할 수 있도록 산업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인터넷 여론전문 조사기관인 P&P리서치가 직장인 1,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39.6%가‘기술력 등의 부족으로 절반 이상의 벤처기업이 도태될 것’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벤처가 우리 경제의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응답은 41.6%인 반면‘대안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은 16.9%에 불과했다. 대표적 인터넷업체인, 다음의 이재웅(李在雄)사장은 “곧 도태되는 기업이 줄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으로는 올해 안에 절반가량이 정리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인력과 자본의 벤처행은 대세다. 대기업 직원은 물론이고 연구원 교수 공무원 언론인 할 것 없이 벤처창업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겁다. 성공률 5%미만이라고 하지만 디지털과 퓨전으로 대표되는 21세기 새 경제체제, 벤처는 우리 경제의 엄연한 한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계전문가들은 바로 지금, 벤처에 대한 전반적인 옥석가리기와 돌파구로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전통산업과 인터넷의 접목을 통해 제조업의 생산과 유통을 한차원 끌어올리고 벤처기업의 외화벌이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박기홍(朴基洪)디지털경제실장은 국내 벤처와 관련, “이제 태동단계여서 적지않은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고 전제,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의 진정한 재도약을 위해서는 인터넷열기와 제조업을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산업 정문술(鄭文戌)사장은 “벤처기업인들은 첨단 기술과 깨끗한 벤처문화, 사회적으로는 벤처인들의 좌절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 한국의 벤처를 통해 미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부나비벤처에 '참벤처' 죽는다

벤처혁명의 중심이라는 서울 테헤란밸리. 이 거리의 빌딩 하나에는 보통 1-2개의 닷컴(.com)과 캐피털 간판이 나란히 걸려 있다. 겉모습만으로는 인터넷 기업이 벤처의 전부고 투자 대기자금이 거리에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벤처업체의 상당수는 돈만 좇는 이른바 ‘무늬만 벤처’들이다. 특히 최근 테헤란밸리에 새로 등장한 벤처기업의 80% 이상은 수익성과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서비스업체다.

벤처 컨설팅업체 A사장은 “기술력은 그만두고라도 사업성 자체까지 의심되는 기업이 부지기수”라며 “미래가 보이는 건전한 업체는 10%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후 뻥튀기 증자로 돈을 빼내 딴 일을 하는 젊은 벤처인도 있다. 굴지 벤처기업 B사의 J사장은 “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지만 최근 벤처기업은 증시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한다”며 “벤처인들의 머니게임은 더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벤처는 또 우리 경제의 영원한 숙제인 외화벌이와 무관하다. 1,000개 가까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이 매년 3억달러의 소프트웨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는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면서도 수출액은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 ‘횃대밑의 호랑이, 우물안 개구리’인 것이다.

과열양상도 문제다. 인터넷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모해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 P사에는 지난 1주일동안 무려 100여건의 계획서가 쏟아져 들어왔는데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사업계획서를 보내와 회사측을 놀라게 했다.

독창적인 리눅스 운용기술을 갖고 있는 T사 사장실에는 얼마전 건설업자라는 40대 남자가 돈가방을 들고와 “현재 자본금 수준인 20억원을 현찰로 줄테니 투자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물론 ‘진짜 벤처인’들은 이러한 현실에 할말이 많다. 벤처전도사로 알려진 메디슨의 이민화(李珉和)회장은 “벤처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제조업체인데 벤처 전체를 인터넷기업과 동일시하는 것은 큰 오해”라며 “곧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갖춘 제조업 벤처가 여럿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 장흥순(張興淳)회장도 “대부분 벤처인을 창업 1-2년만에 돈벼락을 맞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며“하지만 지금 코스닥에서 평가받는 벤처기업 대부분은 10년 가까이 어렵게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소기업청 통계를 보면 전체 벤처업체 가운데 제조업체가 67.2%로 가장 많고 소프트웨어업체는 16.7%, 인터넷·사이버 업체는 8.1%에 불과하다. 창업후 경과기간은 평균 6년. 벤처기업협회의 경우 1,042개 회원사 가운데 95년 이전 설립 기업이 463곳으로 전체의 45%다.

벤처가 한국경제의 진정한 돌파구로 자리하기 위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조건좋다면 기꺼이 벤처로" 57%

7대도시 직장인 1,153명 조사

"조건만 좋다면 벤처기업으로 옮기겠다" 57.1% ▲현 벤처기업 중 30%이하 살아남는다 65.7% ▲대기업-벤처 제휴필요 86.6% ‘조건만 좋다면 벤처기업으로 옮기겠다’

20일 P&P리서치가 전국 7대도시의 샐러리맨 1,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벤처의 현재와 미래’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여건만 맞는다면 현 직장을 떠나 벤처로 옮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회가 된다면 벤처기업으로 이직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57.1%가 ‘조건이 좋다면 기꺼이 이직하겠다’고 대답했으며 33.4%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옮기지 않고 현재 회사에서 성장하고 싶다’는 응답은 9.5%에 불과했다.

‘현재 벤처기업 가운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의 질문에는 65.7%가 ‘30% 이하’라고 대답했다.

또 25%의 응답자는 ‘생존율 30-50%’라고 대답해 80% 이상이 현 벤처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인 86.6%가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각 분야별로 제휴해 유기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현 대기업들이 e-비즈니스 추세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53.9%가 ‘미흡하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응답은 33.7%, ‘매우 적극적이다’는 2.9%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e_비즈니스 수준’과 ‘정보통신 인프라 수준’이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 비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각각 63.7%, 59.5%가 선진국보다 뒤진다고 대답했다.

전국 7대도시 10만명의 직장인 네티즌 회원 가운데 1,153명을 연령별, 성별, 지역별, 직장별로 세분한 후 표본을 추출 인터넷상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P&P리서치가 인터넷 여론조사를 위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RRP(Real-time Research Program)’시스템을 활용했다.

응답자의 연령은 20-24세 8.5% 25-29세 36.4% 30-34세 25.3% 35-39세 15.8% 40-44세 7.5% 45세 이상은 6.5%다. 응답자 중 남자는 58.5%, 여자는 41.5%.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한계는 ±3.6%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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