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재단이 9년간 약 1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우수연구센터(SRC) 선정을 둘러싸고 심사불공정 논쟁이 일고 있다. 화학 SRC 1차평가에서 떨어진 과학기술원 박준택(화학과)교수가 “심사를 맡은 평가위원 8명 중 무기화학 전공자는 1명도 없었던 데다가 점수를 합산하지 않고 투표로 먼저 당락을 결정했다”며 “이는 과학재단 전문위원을 맡았다가 이번에 1차평가에 붙은 이본수(인하대)교수에 대한 전관예우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평가위원장을 맡았던 박준우(이화여대 화학과)교수는 “1-3위간 평가가 근소해 투표를 했을 뿐”이라며 “평가위원이 토론을 통해 당락을 합의하는 것이 평가의 편차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학재단 기초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김정구(서울대 물리학과)교수는 “전공자가 편중된 것처럼 보이지만 연구내용을 평가할 능력을 갖춘 평가위원을 3명 이상 확보했다”며 “오히려 내가 제일이라는 아집에 빠져 평가를 불신하려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은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연구비지원을 둘러싸고 교수 사이의 논쟁, 항의, 투서 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연구비 분배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한결 같지만 평가방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주로 교수들이 평가위원이 되지만 일부에선 과기부나 과학재단이 평가를 평가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원대상을 선정할 때 지나친 경쟁을 벌이는 것에 비해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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