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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CIA, 문화도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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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CIA, 문화도 조작

입력
200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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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냉전시대에 옛 소련에 맞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 문화조작에 나선 구체적인 사례를 폭로한 서적이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여성 언론인 프랜시스 스토너 산더스는 자신의 저서 ‘문화냉전: CIA와 예술-문학 세계’에서 조지 오웰의 원작 ‘동물농장’이 할리우드의 만화영화로 제작되면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인간의 착취부분이 삭제된 채 돼지만 부각됐다고 주장했다.

즉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모두 비판한 원작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바꿔 돼지로 상징되는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만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산더스는 CIA가 1950년 오웰이 숨지자 대리인을 내세워 오웰의 미망인으로부터 ‘동물농장’의 영화판권을 몰래 사들였는데, 이는 CIA가 1940년대 후반부터 1967년까지 광범위한 문화조작에 나섰던 것을 입증하는 사례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런 조작은 오웰의 또다른 소설 ‘1984’의 영화제작 과정에서도 되풀이 됐다. 즉 원작 내용을 바꾸지 말라는 오웰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빅 브라더를 사랑했었다”라는 원작의 마지막 줄이 영화에서는 총탄에 맞아 쓰러지면서 “빅브라더 타도”를 외치는 장면으로 왜곡된 것.

지난해 여름 영국에서 출간돼 내달부터 미국 시장에서도 선보이게 될 ‘문화냉전…’에서 산더스는 당시의 비밀문서와 당사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CIA 문화조작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CIA가 영국 잡지 ‘엔카운터(Encounter)’와 프랑스에 본부를 둔 ‘문화적 자유회의’에 자금을 지원해 지식인과 문화계 인사를 구소련 공산주의 선전에 맞서 반공전선에 동원한 것은 60년대 말에 이미 일부가 폭로된 사실.

산더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CIA가 엔카운터를 비롯해 자금지원을 받는 많은 잡지에 미국의 외교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는 게재하지 말도록 지시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또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마셜플랜에 투입된 수억달러가 무제한적으로 문화조작에 전용됐다고 밝혔다.

산더스는 이밖에도 1960년대 말 CIA의 비밀자금 지원이 드러난 뒤 관련 지식인들이 CIA의 개입을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엔카운터의 공동 편집인인 시인 스티븐스펜더 등 상당수 지식인은 CIA의 자금인줄 알고있었다고 폭로했다.

/뉴욕=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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