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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수이볜 총통' 당선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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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수이볜 총통' 당선의 뜻

입력
200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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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들이 18일 선택한 그들의 운명에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을 말할 경우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대륙으로부터의 위협 속에 대만인들은 대만독립을 주장해왔던 민진당의 천수이볜 후보를 총통으로 선택했다.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 같으면 선거혁명을 말하고 그의 당선을 축하해 주고도 남아야할 민주적 진전인데도 세계국가들이 숨죽이고 사태를 주시하는 것은 중국문제가 안고 있는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천수이볜의 당선은 대만의 정치적 정체성에 변화를 던지는 사건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국민당 정부가 대륙에서 쫓겨나 1949년 이 섬에 정부를 세운 이래 51년동안 유지했던 일당지배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는 바로 대만인들의 가슴에 내재되어온 민주적 다양성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중국식 냉전사고의 틀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천수이볜은 당선기자 회견에서 선거결과를 “전세계 중국인의 자랑거리이자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했는데, 이는 틀에 박힌 말로만 들리지 않는다. 베이징 당국의 표현대로 “대만지구의 지도자 선거”로 국한하더라도, 중국역사상 민주적 선거가 이런 규모로 행해지고 정권이 바뀐 예가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베이징 당국자를 포함한 중국인들에게 던지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 양안관계를 염두에 두고 볼 때 천수이볜의 등장은 우리나라에 까지 미칠 수 있는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천수이볜 당선자는 여러 면에서 베이징 당국이 총통당선을 바라지 않았던 인물이다.

우선 대만출신인 그는 대만독립을 주창해왔다. 선거중 다소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당선된 후 그는 베이징당국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일국양제를 공개적으로 배격하고 나섰다.

중국정부는 “천수이볜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겠다”고 일단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국양제의 원칙뿐 아니라 양안간의 독립언급이나 통일협상지연도 군사침공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위협해온 점에 비추어 대만해협을 낀 긴장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실용적인 중국인들이 대만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원칙에 서서, 주변국들을 놀라게 하는 행동에까지 나서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천수이볜당선자는 한국 방문의 경험을 지닌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의 그런 경험이 한국인과 대만인의 다양한 우의와 교류를 증진시키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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