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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열전](3) KBS2‘영상기록 병원24시’작가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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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열전](3) KBS2‘영상기록 병원24시’작가 김주영

입력
200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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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매주 수요일 밤에 운다.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환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KBS 2TV ‘영상기록 병원24시’. 식물인간이 된 아내가 출산에 성공하자 시청자들은 오랫동안 병수발을 들던 남편과 함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정상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차 있던 착한 스물일곱살 왜소증 환자가 수술을 받던 도중 폐암 말기로 밝혀져 숨질 때 역시 자기 일처럼 울었다. 그중에 가장 많이 우는 사람이 있다. 작가 김주영(35). 취재하면서 환자나 가족을 만나 울고, 만들며 울고, 방송하면서도 운다.진솔한 인간의 삶을 다룬 한 편의 다큐멘터리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김주영은 그 감동의 원천이자 발굴자다. 일부 연출자들은 그녀가 글에 대한 고집이 너무 세 미워한다지만 PD연합회에선 지난해 그녀를 비드라마부문 베스트 작가 1위로 선정하고 한국방송작가상을 주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미사여구와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본 현장을 올바른 시각에서 다루는 것입니다.” 대본을 쓰는 그녀의 마음가짐이자 작가관이다.

많은 학생들처럼 현실에 고민하던 그녀는 1986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시민단체 일을 한 뒤 잡지사 기자를 했다. 기획 시리즈로 방송 직종을 취재하다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큰 방송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 잡지사를 그만뒀다. 대본을 한번 써 오라는 연출자의 말에 날을 새 글을 썼다. 대본을 본 PD는 그녀를 자료조사원과 보조작가를 시키지 않고 곧바로 메인 작가로 기용했다. 1990년 KBS ‘전국은 지금’이 데뷔 프로그램이다.

그녀의 진가가 나타난 것은 1991년 시사고발 프로그램 KBS ‘뉴스비전 동서남북’과 ‘기동취재 현장’. 사회모순과 비리 개선을 위한 그녀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래서 그녀는 숱한 밤을 새우며 글을 썼다.

그리고 1994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KBS ‘사랑과 사람’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인간의 삶에 천착하는 다큐멘터리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사회에서 하찮은 사람이라고 치부할지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어요. 바로 숨겨진 의미를 발굴해 기록하는 거지요.” 그녀가 휴먼 다큐멘터리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김주영의 글쓰기의 고민은 항상 현실과 사람의 상황을 가장 올바르고 감동적으로 전달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때로는 상황을 해석해서 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도 해요.”

다큐멘터리 작가는 드라마나 시트콤 작가처럼 고수입도 아니고 명성도 없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3~4주간 현장을 누벼야 하는 어려움과 수십개의 테이프를 프리뷰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도 해야 한다. 일주일에 3~4일씩 날을 새는 일은 허다하다. 하지만 작업이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때는 취하도록 술도 마시고 전자오락에 빠져 몇시간을 보낸다. 그녀의 이같은 고통은 “글을 쓰는 엄마가 최고예요.” 라고 말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긍지와 시청 소감을 PC통신에 올리는 시청자들의 애정으로 보상 받는다.

그녀는 다른 작가들처럼 남편과 딸아이에게 못난 아내이고 엄마라고 했다. 그저 묵묵히 아내가 하는 일을 지켜봐주는 남편이 고마울 따름이다. “1992년 결혼한 뒤로 마음 편하게 가족여행 한 번 못했어요.”

이제는 다른 꿈을 향해 비상하려 한다. 자신이 직접 아이템을 결정한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쓰고 연출자를 고용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올초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그녀는 환갑 때까지 다큐멘터리 작가로 남고 싶고 그때 지나온 삶이 허무감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약력

1964년 부산출생

1986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1990년 ‘전국은 지금’(KBS) 작가로 데뷔

1991년 ‘뉴스비전 동서남북’(KBS)

1993년 ‘지구촌 파노라마’(KBS)

1994년 ‘사랑과 사람’(KBS)

1995년 ‘역사추리 조선왕조실록’(KBS·2년간 집필)

1998년 ‘다큐멘터리 대한민국’(KBS)

1999년 ‘영상기록 병원24시’(KBS·집필중·한국방송작가상)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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