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속 배우들의 패션연출 화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속 배우들의 패션연출 화제

입력
2000.03.20 00:00
0 0

요즘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연기만 보지 않는다. 연기보다 옷이 더 화제가 될 때가 있다. 영화 ‘리플리’에선 주연 맷 데이먼보다 그에 의해 살해되는 주드 로가 더욱 입에 오른다. 색소폰을 불고 보트를 타면서 인생을 즐기는 재벌 아들이 아무렇게나 입은 듯한 옷은 구찌 지방시 발렌시아가 등이다. 기네스 펠트로의 팬들은 ‘슬라이딩 도어즈’의 캘빈 클라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엘리자베스시대 드레스, ‘위대한 유산’의 도나 카렌을 소화해 낸 그의 옷태에 반한다.기네스 펠트로처럼 옷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살리는 국내 배우는? 단연 심은하다. 순수 이미지를 고수하는 심은하는 장식이 절제된 지춘희씨의 옷을 즐겨 입는다. 어떤 브랜드든 ‘입으면 뜬다’고 해서 의상협찬 제1 대상인 김희선과는 대조적이다.

심은하가 출연한 범죄스릴러 영화 ‘텔미 썸씽’에선 그가 살해범이라는 사실이 옷을 통해 드러난다. 영화 도입부에서 심은하는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대조가 강렬한 옷으로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감추지만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점차 어두운 색으로 옷 색깔이 바뀐다. 새 남자를 만나 또 다른 살인이 시작되는 마지막 반전에선 다시 천사 같은 흰 옷을 입었다. 이 영화는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미술감독을 맡아 심은하의 의상 30여벌을 제작했다. 정구호씨는 ‘텔 미 썸씽’ 외에도 이미숙, 이정재가 출연한 영화 ‘정사’에 기획단계부터 참여, 의상 세트 음식디자인까지 도맡았다. 정씨는 레스토랑 인테리어, 무용 의상 등에 두루 관심을 보이는 멀티 디자이너다.

촬영 중인 ‘은행나무 침대2-단적비연수’는 박윤정씨가 제작한 의상이 가장 큰 볼거리가 될 것 같다. 박윤정씨는 톱 디자이너 이신우씨의 딸로 6월 자신의 브랜드 ‘박윤정’을 런칭할 계획. 전설 속 인물들인 김석훈(단) 설경구(적) 최진실(비) 김윤진(연) 이미숙(수)은 멀리서 봐도 구별할 수 있을만큼 옷이 성격을 말한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매족의 족장 이미숙이 핏빛의 진한 색, 무게가 있는 가죽소재, 날카로운 선의 옷을 입는 데 반해 나중에 화산족의 여족장이 되는 김윤진은 검정색과 수제 구슬목걸이 등으로 선(善)을 대변한다. 희생자로 운명지어진 최진실은 파스텔 톤의 허름한 옷을 입고 나오는데, 물나염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원단처리한 것이다. 무사들은 바지 저고리 뿐 아니라 두건, 조끼, 금속 또는 대나무 갑옷, 망토, 봇짐, 각반, 신발, 발싸개 등 보통 10벌을 입는 식이라 영화에 제작된 옷은 모두 2,000피스나 된다.

영화와 뗄 수 없는 대표적 디자이너로는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있다.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그의 구두점에는 비비안 리, 마릴린 몬로, 오드리 햅번, 소피아 로렌, 그레타 가르보, 마들렌 디트리히 등이 단골이었다. 아르헨티아 대통령 부인이었던 에바 페론이 신은 페라가모 구두는 영화 ‘에비타’에서 에바 역을 맡은 마돈나에게 다시 제작돼 신겨졌다. 오드리 햅번의 ‘햅번 룩’을 유행시킨 것은 지방시. 영화 ‘사브리나’ ‘티파니에서 아침을’ ‘샤레이드’ ‘백만불을 훔치는 법’ 등과 시상식에서 몸의 곡선을 부드럽게 드러내면서 무릎을 덮는 A라인 치마는 햅번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그러나 최근 영화 속 패션은 인물의 성격과 영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보다 광고로 이용하는 경향이 크다. 곧 개봉할 코미디 영화 ‘신혼여행’에 나오는 신혼부부들은 모두 태창의 속옷 O/X를 입고 있다. 거액의 협찬금을 주고 한번이라도 더 로고가 화면에 잡히도록 계약을 맺는 일은 이미 보편적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