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국민들은 변혁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51년만의 첫 여야 정권교체를 실현했다.18일 실시된 제10대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 천수이볜(49) 후보는 39.3%의 지지율로 36.83%를 얻은 무소속 쑹추위(宋楚瑜·58)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집권당인 국민당 롄잔(連戰)후보는 23.1%의 지지율로 3위에 그쳤다. 이로써 중국 공산당에 쫓겨 국민당이 대만에 정권을 수립한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야당이 집권하게 됐다.
이번 선거결과는 대만인 스스로가 민주화와 개혁을 쟁취한 선거혁명이라 할만하다.
특히 陳당선자의 득표율은 선거전 각종 여론조사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의외의 약진일 뿐 아니라 집권 국민당의 連후보를 16%포인트 이상으로 압도, 변혁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출하는 욕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필리핀·한국·인도네시아로 이어져온 아시아 민주화 도미노 현상의 도도한 대세를 입증해 주고 있기도 하다.
대만은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계엄령 속에서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해왔다. ‘아시아의 4룡’으로 불리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안보 논리에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는 희생됐다. 야당이 허용된 것도 불과 15년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당은 장기집권으로 부정부패와 헤이진(黑金·검은돈) 정치라는 부작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외면함으로써 집권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됐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에 냉정한 심판을 내리고 개혁 성향의 이미지를 지닌 陳당선자에게 민주화와 개혁의 대임을 맡기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는 또 대만인들의 독립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현지 정치 분석가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陳당선자는 선거운동중 대만 독립을 강력히 주장해왔고, 때문에 중국은 노골적으로 “그가 당선되면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대만인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독립주의자인 陳을 선택했다.
대만의 정권교체는 아직도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공산당의 일당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도 민주화의 열망이 전달되는 등 정치적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陳정권의 앞날은 그리 순탄할 것같지는 않다. 당장 선거기간 동안 더욱 골이 깊어진 양안관계 회복, 정치 안정, 금권정치 타파를 위한 개혁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만 정치대학의 우둥예(吳東野)교수는 “陳당선자가 안정 속에 개혁을 이끌기 위해선 먼저 중국의 그에 대한 불신을 완화하고 집권 경험이 없는 소수정권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안관계는 대만의 독립의지와 중국의 거부감이 맞부닥칠 경우,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양측이 극한 관계까지로 치달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陳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뒤 “대만의 주권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독립추진을 시사하면서도 “중국과의 적극적인 대화로 양안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혀 온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동안 무력사용 위협을 거듭해온 중국도 陳이 당선되자 “그의 행동과 발언을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국내 정치도 한바탕 격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진당은 현재 77석으로 연정이 절실한데다 국민당(117석)의 내분과 낙선한 쑹추위의 신당창당선언으로 조만간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가시화할 조짐이다.
게다가 그동안 국민당 정권 유지의 주축이었던 공무원과 군, 검찰, 경찰 등 기득권층의 개혁에 대한 반발도 陳당선자가 극복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타이베이=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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