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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채무 논쟁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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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채무 논쟁의 본질

입력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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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가채무, 400조원이 아니라 108조원입니다.” 정부는 어제 도하 각 신문에 이같은 표제의 광고를 냈다. 총선정국에 여야의 소모적 공방이 빚어낸 또 하나의 예산낭비다. 이 광고에 들어간 세금이 수억원은 될 것이다.야당이 주요 경제현안을 총선에서 쟁점화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당리당략적인 선거전술이라고 하더라도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더욱이 국가채무와 같은 중대 사안일 경우 이를 이슈화하는 것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모두에 부여된 ‘의무’에 가깝다. 이 점에서 우리는 최근 한나라당의 문제제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년여간 우리의 나라 빚은 거의 두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구조조정과 개혁 수행을 위해 불가피했던 것이 인정되지만, 그럼에도 빚의 규모와 증가속도가 위협적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환란의 급한 불이 꺼지고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 자칫 망각하기 쉬운 이 문제가 선거를 통해 다시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쟁점화하려는 이슈가 설득력을 갖고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객관성의 담보다. 한나라당측이 주장한 ‘국가채무’ 규모는 사실 견강부회식 계산결과다. 나라 빚의 규모를 산출하는 데는 그 성격규정과 구체적인 항목의 취사선택에 따라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한나라당이 주장한 것과 한참 거리가 멀다.

가령 한나라당측이 지적한 국민연금은 최악의 경우 정부의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공식적 국가채무로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문제제기가 시의성과 대의에도 불구하고 실익없는 일과성 시비로 격하되기 십상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쟁점의 출발을 냉철하게 객관화하면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면 정부여당측에서도 “국민을 호도한다” 운운하며 ‘본질’을 흐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국가채무 대책에 있어서, 정부여당은 조령모개식의 무원칙과 편의주의로 일관해 왔다. 지난해 재정건전화법안의 후퇴나, 초과세수의 선심성 복지예산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국민여론은 한나라당측에 무조건 손을 들어주지 않는 분위기다.

선거에서 정책대결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보다 정교한 대안이 겸비되어야 한다는 점을 야당측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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