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주식의 가격폭을 제한하는 제도는 미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정착했다. 영국과 영연방, 그리고 유럽 대부분의 증권거래소에는 가격폭 제한이 없었고 미국 일본도 제한폭이 너무 확대돼 유명무실해지면서 아예 없어진 상태이다.
우리나라가 가격폭 제한을 엄격히 하는 이유는 주가가 급변할 때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을 제한함으로써 주식거래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매매를 억제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의 건설주나 최근의 코스닥에서 보듯 엄격한 제한은 오히려 가격변화의 추세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세조정 세력은 제한폭을 악용, 그릇된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보낼 수 있다. 가격변화 정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투자자들이 거래를 하지않음으로써 매매결정이 지연되고 거래량이 줄기도 한다.
따라서 주가결정이 본질적으로 수요와 공급 요인에 의해 이뤄지게 하려면 수요와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제한폭을 철폐하자는 주논리다. 이같은 논리에서 보면 궁극적으로는 주가제한폭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철폐해야 한다.
증권시장 기반을 균형있게 조성하고 세계적으로 정합성(整合性)이 있는 거래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제한폭은 철폐해야 한다. 다만 한꺼번에 철폐하기가 어려운만큼 제한폭을 점차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 생각한다.
시장가격이 수급별 변동 정보에 의해 합리적으로 형성되도록 매매거래제도를 형성하는 것은 증권거래소의 책임이다. 이렇게 되면 일일거래(day trading)를 통해 손실을 가격제한폭만큼 한정하는 폐습도 억제하고 시세조종 세력이 종가를 조작, 가격을 왜곡시키는 빈도도 줄일 수 있어 결국 증권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효율적 증권시장이라면 합리적인 주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가능한 정보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가변동제한폭은 바로 이러한 합리적이고 신속한 주가형성을 억제하는 규정이다.
/윤계섭 서울대 경영대학장
■반대
우리나라 증권시장에는 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묻지마 투자가 줄을 잇는다. 주가가 내림세로 돌아서면 투매가 성행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의 러시안룰렛 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벤처기업으로 등록만 하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여건을 악용, 사이비 기업들은 사기행위를 벌인다.
주식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는 이런 불합리한 투기적 거래를 막아 증권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증권시장에서 과연 이런 효과가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가격제한폭을 확대하면 신중한 투자보다는 거꾸로 투기행위를 점진적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격제한폭을 확대할 바에야 폐지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위험이 커 함부로 투기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증권시장에는 가격제한폭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수급에 따라 가격이 효율적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증권시장을 무한투자 위험의 수렁으로 밀어넣는 무책임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심지어 투자자들이 바닥없는 줄타기 투기 게임을 하다 파탄에 이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외국자본이 투기성 거래를 주도할 경우 증권시장은 국제적 도박판으로 전락할 소지도 안고있다. 한마디로 공연히 가격제한폭 확대라는 정책의 도박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증권거래 관련 제도는 증권가격의 희비에 따라 쉽게 변하면 안된다. 제도상 특별한 결함이 없는 한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있게 운영해 시장질서를 정착시키는 틀로 만들어야 한다. 제도를 자주 바꾸는 것은 그 자체가 시장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불안요인이 된다.
현 시점에서 더 급한 것은 상장이나 등록요건의 투명화, 공시의무강화, 투자자들의 투기인식 전환 등이다. 이렇게하여 불공정투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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