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작가 아카가와 지로(赤川次郞·52)의 지칠 줄 모르는 다작(多作)이 일본 독서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그는 최근 고분샤(光文社)에서 나온 ‘3색 얼룩고양이 홈즈의 최후의 심판’으로 400권째 출간을 달성했다. 회사원 시절인 1977년 ‘사자(死者)의 학원제’가 처음 출판된 이래 23년만에 400권을 냈으니 1년에 17권 이상을 쓴 셈이다. 그동안 나온 책을 모두 합치면 2억7,000만권이나 된다.
1978년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나선 이래 그는 매일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추리소설을 썼다. 한창때는 하룻밤에 200매를 쓰기도 했다. 요즘에는 능률이 떨어져 아침 8시, 9시가 돼야 만년필을 놓는다.
일본 추리문학계에서 그를 둘러싼 화제는 놀라운 다작만이 아니다. 우선 그는 한번도 출판사와의 마감 약속을 어겨 본 적이 없다. 약속한 날 아침에 출판사 직원이 그의 집을 찾으면 아파트 1층의 우편함에는 언제나 3-5개 출판사로 보내는 원고가 각각 봉투에 담겨 가지런히 놓여 있다. 출판사별로 ‘3자매 탐정단’·‘3색 얼룩고양이 홈즈’ 등의 시리즈를 배정해 동시에 쓰는 것도 그의 장기이다.
그는 술·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특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의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회사원 시절 타자가 몸에 뱄지만 원고는 반드시 만년필로 쓴다. 컴퓨터로 쓰면 한자 변환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아이디어와 글의 흐름이 끊어져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추리소설은 읽기 쉬운 문장과 비교적 간략한 구조에 희극적 요소를 곁들이고 있어 손에 들면 누구나 단숨에 읽어내려 가게 된다. 한결같이 문고판으로만 나오고 있는 것도 지하철에서 보기 쉽도록 하자는 고려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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