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선생 서승만, 김용옥 판박이“어? 김용옥이 쇼 프로에도 진출했나?” 일요일 낮 무심코 TV를 보다 보면 도올 김용옥 선생과 생김새 뿐 아니라 제스처·억양까지 판박이하고 강의 스타일까지 엇비슷한 개그맨이 화면을 누비고 있다.
‘돌’ 서승만이다. 일요일 낮 1시에 방송되는 MBC ‘개그사냥’에서 김용옥의 강의를 패러디한 ‘놀자와 21세기’ 코너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번 방영했다. 다각진 얼굴 골격에 파르라니 깎은 머리, 가래침 끓는 목소리에, 흥분하면 나오는 쇳소리까지 김용옥을 쏙 뺐다. 거기다, 강의를 하는 동안 시종 머리를 흔들고 손을 휘젓는 몸짓, 칠판에 한자와 영어 등을 휘갈겨 쓰고 중국어를 근사하게 구사하는 등 현학적인 제스처까지 닮았다.
그동안 미(美), 봄, 돈을 주제로 한 강의 내용도 톡톡 튄다. 현란한 지식을 구사하는 김용옥의 강의 내용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코믹한 면으로 따지자면 한 수 위다. “ 3(三)월이 오면 사람(人)들이 일(日) 보러 나간다고 해서 春이야.” “춘자, 춘심 등 춘자 들어가는 사람치고 우리를 포근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이 없어. 서영춘, 하춘화, 서춘화, 이영춘도 있잖아. 이영춘이 누구냐고? 설운도 본명이야. 거기다 조춘도 있어.”
돈에 관한 언어 비틀기도 허를 친다. “미국인은 욕심이 많아, 돈 ‘달라’야. 일본사람들은 구두쇠라서 돈 좀 쓰라고 하면 ‘엥’하고 도망쳐.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없이 돈 쓰는 게 소원이야.”
소재와 방향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잡지만 코믹하게 변용시키는 것은 서승만의 몫이다. 1989년 MBC 개그맨 3기로 데뷔해 개그맨 생활 10년. 그동안 ‘서승만의 여자이야기’ ‘서승만입니다’ 등 1인 스탠딩 개그로 다져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강의 도중 나오는 중국어는 어릴 때 배웠던 그의 실제 중국어 실력.
100명까지 성대 모사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가 그동안 성대 모사를 하지 않았던 것은 다른 차원의 개그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용옥의 강의를 보면서 메시지 있는 성대 모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이번 일을 시작했다. 김용옥 선생을 존경한다는 그는 “도올 선생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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