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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회장님, 왜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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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회장님, 왜 이러십니까"

입력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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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영화 흥행기록은 모두 가짜다. 정확하게 어떤 영화에 몇 명의 관객이 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한국 영화가 4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는지 알 수 없다. 영화 통계는 제각각이다. 영화사는 흥행에 도움이 될까 초반에 관객수를 늘리기에 급급하고, 극장은 가능하면 줄이려 한다.영화가 상영되면 영화사는 직원을 극장에 보내 관객수를 조사한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세고 있을 수도 없는 일. 결국 극장의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고 그것을 전국적으로 취합하면 영화사의 흥행 기록이고, 영화진흥위원회가 매년 연감에 싣는 통계다. 아직도 옛날처럼 극장입장권을 인쇄해서 팔거나 아니면 일부 독자적인 전산망을 통해 발매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보급률과 인터넷 이용률 세계 5위권 이내, 영화시장 규모 세계 6위를 자랑하는 나라로서 부끄러운 모습이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입장권판매 통합전산망은 영화계의 숙원이었다. 통계가 부정확하니 정책수립이 어렵고, 흥행에 따른 수익도 제멋대로이며, 탈세의 소지도 많기 때문이다. 극장들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늑장을 부렸다. 흥행수익이 명징하게 드러나면 입장 수익을 속이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금과 국민들이 영화를 볼 때 내는 문예진흥기금까지 한 푼도 속일 수가 없다. 문화부 한 간부의 말에 따르면 4년전 곽정환 서울시극장연합회 회장(서울극장 대표)이 탈세 혐의로 구속됐을 때 검찰이 통합전산망 실시를 조건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려주었다는 후문이다.

그 회장이 정부의 통합전산망 추진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 “정부가 지정한 업체(티켓 링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이미 내가 구축해 놓은 시설을 버리고 수수료까지 내며 새 시스템으로 하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정업체에 이익을 주려는 것이다”이라는 등. 그러나 문화부의 얘기는 다르다. 이렇게 제각각 전산망을 구축하면 단지 표만 컴퓨터로 팔고 극장들의 영업합리화만 이뤄질 뿐, 통합관리는 불가능하다는 것. 국세청은 이럴 경우 과거처럼 이중장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해커문제도 있다.

서울극장을 중심으로 곽회장이 설치한 전산망은 전국의 7.7%(25개 극장)에 불과하다. 알고보면 곽회장의 소유 극장에만 국한돼 있다는 게 문화부의 설명이다. 그것을 위해 나머지 92.3%가 곽회장 라인으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따로 업체를 정해 하든지. 문화부가 더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설비 보전을 위한 수수료(현재 장당 90원으로 예정)만 조정하면 가입하겠다고 해놓고는 돌아서서는 말을 바꾸는 곽회장의 태도이다.

더구나 곽회장은 표면적으로는 스크린쿼터의 문화부장관 경감조치가 기존 20일에서 10일로 줄었다는 이유로 문예진흥기금 모금까지 거부하고 있다. 문예진흥기금은 극장수입으로 내는 돈이 아니라 입장객의 돈이다. 한국 최대 극장주이자 배급자이며 어른인 곽회장이 자기 욕심보다는 한국영화 전체를 생각하기를. 회장님, 우리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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