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은 국학 자료의 보고(寶庫)다.1776년 정조대왕이 왕실 도서관 및 학문강의 기관으로 설립한 이래 학문자료의 집결처이자 실학자들의 요람이었다. 작년 4월 규장각 사상 최초의 여성 관장으로 임명된 서울대 정옥자(鄭玉子·58·사진) 교수로부터 21세기 규장각의 비전을 들어봤다.
-올해 규장각이 주로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4월부터 본격적으로 ‘국학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작합니다. 4개년 사업중 1차년도인 올해는 규장각 소장 지도, 의궤(임금의 결혼식 등 국가 중요행사를 그림과 함께 기록한 책) 등 시각자료를 3차원 영상으로 CD롬에 담아내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합니다.”
-DB 구축은 잘 돼가고 있나요.
“올해 계획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나 문화관광부의 예산과 연구인력으로 DB 사업을 해야 하는데 실업자 구제자금에서 임시로 돈을 돌려와 사용하는 터라 내년 사업은 밑그림조차 불분명합니다. 방대한 국학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역사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계획적인 예산운영과 연구인력 배치가 필요합니다.”
-작년 4월 관장에 취임하신 후 변화가 있다면….
“규장각 전시관 관람객이 한달에 4,000여명에 이르는데 이는 이전의 갑절입니다. 국민들이 자기 뿌리와 자부심 찾기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징표입니다. 조선시대의 그림, 지도 등을 새겨 넣은 손수건, 달력 등 문화상품을 개발·판매해 고급 전통문화 알리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규장각 운영에 어려운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지요.
“연구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본 도쿄대(東京大) 사료편찬소에는 다양한 전공의 연구인력이 60여명이나 됩니다. 반면 규장각은 국사 전공 연구원 7명이 고작입니다. 26여만점에 이르는 역사자료도 원칙대로라면 현재의 지하보관실에서 꺼내 오동나무상자에 넣고 공기와 빛이 잘 통하는 지상에 온·습도를 조절해 보관해야 합니다. 지상 보관소 설치가 최고 목표입니다.”
-21세기에 국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지구촌 단일경제권으로 묶이는 추세에서 우리 문화의 뿌리와 자주성을 잃으면 낙오되고 맙니다. 조선이 동아시아의 문화대국이었던 17·18세기를 ‘조선중화사상(朝鮮中華思想)의 시대’라고 칭하는 것은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기 때문인데 이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는 언제쯤 반환될까요.
“프랑스가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의궤 300여 책과 은궤 등은 아직 어디에 어떻게 보관돼 있는 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료 보관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며 반환을 미루는 프랑스측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지요.”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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