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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에 우리가 사네](18)돌산도 벼랑위 향일암 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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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에 우리가 사네](18)돌산도 벼랑위 향일암 봄풍경

입력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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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向日庵)은 여수 돌산도 맨 남쪽 벼랑 위의 절이다. 멀리서 보면 해안 단애 위에 붙은 바다제비의 집과 같다. 벼랑 끝에 종루가 세위져 있다. 이 절에서 종을 치면 종소리는 바다 속의 물고기와 자라들에게로 퍼진다.이 절의 이름은 영귀암(靈龜庵)이라고도 한다. 절을 안고 있는 금오산(해발 323㎙)은 마치 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제 막 바닷가에 도착한 거북이의 모습이다. 이 거북이가 등 위에 절을 싣고 바다로 나아가려하고 있다. 거북이의 앞발 한 쌍은 벌써 물 속에 담가져서 땅을 밀쳐내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거북이는 수천년 동안 땅에 들러붙어서 바다로 가지 못한다. 거북이는 머리를 들어서 먼 바다를 보고 있고, 절도 먼 바다를 바라보면서 갈 수 없는 바

다로 종을 때려서 소리를 보낸다. 신라 선덕여왕 13년(서기 644년)에 원효가 이 절을 창건했다고 하나 확실치 않다. 절로 올라가는 길은 기암절벽의 바위 틈새로 난 길을 비집고 한 사람씩 겨우 지나갈 수 있다. 바위 틈새의 길은 어둡고 또 구불구불하다. 절 마당에 이르면 갑자기 남해의 푸른바다가 눈앞에 펼쳐져서, 이 절 마당은 수직적인 고양감과 수평적인 무한감으로 가득하다. 멀리서 보면 새 둥지처럼 작은 절이고, 절 마당에서 보면 우주처럼 큰 절이다.

벼랑 아래 바닷가 동백 숲에는 동백꽃이 피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꽃들은 뚝뚝 떨어지고, 바다로 가지 못하는 거북이 등 위에서 사람들은 관세음보살을 수없이 부르고 있다.

김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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