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는 중소형주가 뜨는 종목장세. H증권사 시황담당 A씨는 1997년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시장흐름에 놀랐다. 바뀐 것은 인터넷이란 이름 뿐. 정보회의에서 나오는 재료, 심지어 종목까지 3년전 기록한 정보노트와 유사했다.한때 투기세력, 이른바 ‘작전’에 가담했던 B씨. “코스닥에서 거래가 시작된 열개중 두 세개는 ‘주인’이 있고, 테마주 대부분은 세력이 끼어 있다. 주변의 ‘선수’열중 아홉이 돈을 벌었는데 증시 사상 이처럼 번 적이 없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내린 아이러니한 결론. ‘작전이 아니면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일까 증시에 ‘각설이중 명창’이 쏟아지듯 한다.
■작전주 판별하기
‘눈에 보인다’고 까지 지적되는 최근 작전주는 J,G,D,F,P 등. 수년전 사용한 재료와 상호변경이 재등장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자본금이 적다는 것. 거래소는 100억원, 코스닥은 50억원 미만으로 따라서 유동주식수도 적다.
둘째, 작전 초기 주가는 오르지 않는데 거래량이 는다. 세력간 물량 주고받기로 장·단기 이동평균선 모양을 좋게 만들어간다. 이는 매집단계로 시간은 3개월에서 1개월로 점차 짧아지고 있다. 세번째는 ‘털어내기’. 종목에 개미(개인투자자)가 많이 붙어 있으면 주가상승이 어렵기 때문.
처음 주가가 목표치의 3분의1과 3분의2에 도달시 2,3일간 매도주문을 쌓아놔 개인의 매도를 유도한다. 최근 특징중 하나는 데이트레이더가 선호하는 종목은 피하는 것. 주가가 오르면 매도, 상승세를 완화시키는 데이트레이더는 작전의 적수로 불린다.
■작전의 단계
투기세력은 첫 단계로 대주주, 기관(투신 증권사 담당자), 전주(錢主), 사설투자자문사 등과 밑그림을 짠다. 대주주를 끼면 유동주식수 조절이 가능하다.
주총을 앞두고 주가 올리기가 다급해진 대주주로선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편. 영향력이 커진 외국인으로 분장한 세력(검은머리 외국인)의 동원도 최근 특징이다. ‘묵계’가 이뤄지면 실탄(자금)준비, 계좌 트기, 매집을 끝내고 루머를 퍼뜨린다.
인터넷사업, 벤처출자, 바이오 등 시장이 반기는 테마가 소문의 주류. 이후 시간을 두고 주식을 소량 사고팔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간간이 호재성 재료를 발표한다.
■뛰는 말을 올라 탈까
문제는 대형주가 맥을 못추며 투기세력이 건드리는 종목의 주가가 상승한다는 점. 상한가 친 종목이 다시 상한가를 기록하고, 코스닥에서 흔한 현상처럼 일단 상승추세가 지속되면 시장은 이를 인정해준다.
이런 ‘뛰는 말’을 잡아야 수익이 나고, 또 작전은 필요악이란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래서 투기조장 비난의 여지는 있으나 작전주를 역이용하는 투자법도 소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전한 역발상 투자는 무릎매수-어깨매도 전략.
먼저 매수는 거래량이 갑자기 늘 때, 차트가 상승세를 보일 때가 적기다. 보통은 상한가 2,3일째 되는 날. 그리고 목표 수익률을 30% 등으로 짧게 가져간다.
오르고 있을 때 팔고 나와야 하는 셈. 중장기 보유시 상한가 이전 한달, 이후의 거래량을 비교해 매집량의 절반이 시장에 나오기 전 매도해야 한다. 이 때가 작전의 끝이기 때문. 이런 방법은 특히 매매심리가 없어 작전통제가 불가능한 제3시장에 원용될 수 있다.
■교묘해지는 작전
그러나 최근 작전은 매집단계에서 그래프 고의파기 같은 ‘역공작’으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자칫 상투를 잡아 ‘아홉번 수익내고 단 한번에 원금 떼인다’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투기세력들이 장외시장으로 대거 이동, 코스닥 등록전 매집(벤처투자), 거래 이후 목표치까지 팔지 않기 (합법적 묵계) 등 시장밖에서 작전의 조건이 완성되기도 한다.
이를 ‘세팅이 끝났다’고 표현한 B씨는 “M,I 등 연내 1,000만원짜리 종목이 3개 나오기로 세팅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입력시간 2000/03/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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