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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돼지 다섯마리와 게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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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돼지 다섯마리와 게놈지도

입력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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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양 돌리 이후 수없이 많은 동물복제실험이 이루어졌다. 이와 궤는 다르지만 인간 ‘유전자 지도’로 일컬어지는 게놈연구가 미국에서 완성단계에 있다. 이런 생명공학의 진전이 알려질 때마다 사람들은 커다란 희망과 깊은 우려를 동시에 느켜왔다.바로 질병을 퇴치하고 오래 살 수 있는 인간욕구가 생명공학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 한편 유전자의 판도라 상자를 모두 열었을 때 초래할 생명질서의 교란이 겁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로 3년전 복제양을 만들었던 영국의 로슬린연구소 제휴회사인 PPL세러퓨틱스에서 다섯마리의 복제돼지를 만들어낸 것은 주목할 실험이다. 돼지는 심장을 비롯하여 그 장기를 인간에 이식할 수 있는 후보동물로 꼽혀왔다.

이종(異種)간에 이루어지는 장기 이식의 가장 큰 문제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바이러스 감염문제를 해결하면 복제돼지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날이 올 것이다. 빠르면 몇년후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하여 숨지는 인간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복제돼지의 장기를 안전하게 인간에 이식할 수 있다면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또 하나 인간질병 퇴치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올 변화는 인간게놈연구다. 미국에서 곧 발표예정인 게놈정보로 소위 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 질환의 발병가능성을 알아냄으로써 암 치매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백신등 의약품개발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다른 생명공학분야도 그렇지만 게놈연구는 미국과 영국이 앞서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국책연구소가 아닌 개인연구소들이 유전정보를 상업화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겨냥해서 인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가 공동발표를 통해 게놈정보를 전세계가 무료로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게놈정보접근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은 인류가 환영할 일이다. 이제 막 연구프로젝트에 들어간 우리나라도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 생각된다.

20세기에 비해 21세기의 인간은 이들 생명공학의 혜택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있다. 이런 생명공학의 혜택을 인류가 균일하게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생식기능의 보완을 넘어서서 유전자의 합성을 통한 신인간의 출현가능성을 생각할 때 생명윤리는 인류가 직면한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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