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날씨 얘기가 아니다. 3월15일, D-29 시점에서 바라본 인천 유권자들의 표심이 그렇다는 것이다.4·13총선이 아직 여야 각 후보진영과 동원된 인파, 즉 ‘그들만의 잔치’인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생생히 드러난다. “후보가 손을 내밀어도 악수하기가 싫다” “그 인물이 그 인물 아니냐” “우리 지역에 누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방탄국회에 멱살잡이, 신물이 난다” “내 코가 석자다” 등등.
연수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40대 중반의 유권자는 심지어 “투표를 안할 수는 없고 서로 ‘내 잘 났다’는 후보들을 모두 찍으면 무효표가 되지 않겠느냐”며 냉소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같은 반응들이 여론조사에서는 무응답층이나 부동층으로 나타난다.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층은 40%를 넘지만 정치불신·무관심에 대한 인천의 ‘체감지수’는 10명에 7-8명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풍향을 알 수 없는 무풍 속에서도 지금은 미미하지만 결국은 판세를 가늠할 ‘표 흐름’의 단초와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구마다 편차는 있으나 인천에서 토박이는 12-15%, 영남출신은 10% 미만, 호남출신은 18-20% 안팎이고 충청출신이 25~30%로 가장 많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출신지역에 따른 표의 갈라짐 현상이 많이 희석돼가는 바람직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5대 때 인천은 총11석 중 여당인 신한국당 9석, 야당인 국민회의 2석이었다.
부평갑 지역에서 식당을 하는 충청 출신 50대 아주머니는 “지지정당을 바꿀 생각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마음을 못 정했다”고 말했고, 역시 충청 출신인 동구의 40대 택시기사는 “충청출신이라고 해서 찍을 정당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구 영종도 출신의 토박이인 30대 후반의 건설업자는 “선뜻 마음이 내키는 후보가 없어 아직 관망중”이라며 한발을 뺐다. 남동을 지역에서 옷가게를 하는 40대 중반 토박이는 “지역 유지층에 폭넓게 포진해 있는 토박이들은 대체로 한쪽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이들은 움직일 생각은 있으나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인천 지역 현재의 판세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저마다 과반수 확보를 호언하면서도 ‘각론’이 없는 혼전 양상이다. 다만 김종필 명예총재의 독전에도 불구, 인천에서의 자민련 세몰이는 아직은 약하고 민주국민당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코가 석자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선거에 대한 관심은 적지만 지역경제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이는 종종 IMF 극복이나 경제회복에 대한 찬반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인은 “공단지역을 통과하는 차량을 보면 IMF 2년반만에 경제가 거의 회복된 것 같다”고 했고, 부평의 소규모 신발가게 여주인은 “있는 사람은 더 좋아졌을지 모르나 주름살이 더 깊어진 사람들도 있고, 특히 인천은 대우자동차 사태 등 때문에 더 그렇다”며 볼멘 소리다. 다만 이러한 논란이 후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다. 앞다투어 정책선거를 하겠다며 경제 공약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불신이나 무관심 속에서 아직은 구체화하고 있지 않지만 ‘변화’를 기대하는 심리가 살아나는 것도 희망의 신호인 것처럼 보인다. 송도출신의 40대 회사원은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고 여야가 모두 386세대들을 많이 공천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뭔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천=고태성기자
tsgo@hk.co.kr
송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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