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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IMF 주도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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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IMF 주도권 싸움

입력
2000.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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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국제통화기금) 새 총재 자리를 놓고 미국과 오래 실랑이 하던 독일이 마침내 웃도리를 벗어 던졌다. 속된 표현으로, 안면몰수하고 한판 붙자는 것이다. 독일은 당초 코흐베저 재무차관을 유럽 단일후보로 천거했다가 미국이 완강히 반대하자 역시 독일출신인 쾰러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를 대타로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자 더는 못참겠다는 듯 외교적 수사마저 접은 채 미국의 ‘야비한 속셈’을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슈뢰더 독일총리의 수석 외교보좌관은 12일자 뉴욕타임스 회견에서 “미국은 IMF를 통해 세계화의 룰을 정하려 한다. 유럽은 IMF가 오로지 미국의 철학을 전파하는데 동조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IMF의 실세 수석부총재 스탠리 피셔를 경쟁후보로 내세운 미국은 코흐베저등 유럽 단일후보들의 무게가 떨어진다고 시비해 왔다. 그러나 독일측, 특히 언론은 미국이 IMF를 마음대로 끌고 가기위해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처음부터 의심해 왔다.

■양쪽은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IMF 총재 자리는 유럽이 나눠 갖는다는 신사협정을 지켜왔다. 또 코흐베저가 MIT 교수출신 경제학자인 피서에 비해 지명도가 처지지만,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내고 영어 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를 구사하는 등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는 독일측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독자적인 IMF 기능조정 계획을 관철하기 위해 유럽, 특히 독일의 기세를 미리 꺾어 놓으려는 속셈인 것으로 보고 있다.

■IMF 기능조정안중 특히 문제된 것은 외환위기국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고, IMF자금 대신 민간은행 대출로 바꾸자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턱없는 고금리를 받는 미국 금융기관이 가장 큰 덕을 보고, 미국의 세계금융 장악력만 높아질 것으로 유럽쪽은 우려한다. 독일 언론은 클린턴행정부가 선거자금줄인 월 스트리트를 의식해 IMF 총재자리를 놓고 경쟁아닌 음모전을 펴고 있다고 비난한다. 우리도 비록 힘은 없지만, 그저 무심하게 구경만 할 일은 아니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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