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보통 100개가 넘는 선거공약을 내놓는다. 공약은 말 그대로 공적 약속이다. 정당이 그 약속을 공약(空約)이 되지 않게 하고, 또한 일을 그렇게 많이 하고 있다면 정치에 대한 신뢰가 이처럼 땅에 떨어졌을리가 만무할 것이다. 국민들이 정당의 선거공약에 상당부분 거품이 섞여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민주당이 14일 발표한 100대 총선공약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별로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공약중에는 재원 뒷받침이 확실치 않아 실현가능성이 의문시 되는 선심성 공약, 지나치게 낙관위주로 포장된 장밋빛 공약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예를들어 민주당 공약중 ‘2002년까지 주택보급률을 100% 달성한다’는 내용은 어떻게 보아도 현실과 거리가 먼 공약이라는 지적을 들을 만하다. 말 그대로라면 앞으로 2년뒤 모든 사람이 제집을 갖는다는 얘기가 되는데, 수치상으로 그렇게 될지는 모르나 현실속에서는 여전히 집없는 사람이 도처에 있을 것은 틀림없다.
자민련이 내놓은 공약은 더하다. 자민련 수뇌부가 연일 지역감정을 자극하던 시점에 나온 총선공약에는 지역감정 자극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역차별 방지법’제정이 으젓하게 포함돼 있다. 이런 머리따로 발따로 식의 공약이 지켜질리는 만무하다. 이젠 우리의 정당들도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참된 공약을 제시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약이 비록 선심성이거나 장밋빛 위주라 하더라도, 선거가 정책대결의 양상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당의 공약발표를 긍정적 눈으로 바라 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치인들 사이에 지역감정 자극 발언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막상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지역감정을 자극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 정당이 공약을 토대로 정책대결을 펴 나간다면 이번 선거를 어느 정도는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예를들어 남북관계나 재벌정책, 또는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교육 보건 주택 실업문제 등을 놓고 정당이 열띤 정책대결을 벌인다면 선거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국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기회가 된다면 정당의 수뇌부가 공약을 놓고 TV 정책토론을 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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