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질까. 3일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선거가 집권 국민당의 패배설, 양안(兩岸)관계 악화 가능성 등으로 민심이 요동을 치면서 막판까지 박빙의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현재 판세는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49) 전 타이베이(臺北) 시장과 국민당의 롄잔(連戰·63) 부총통의 2강 구도. 당초 ‘3룡(龍)’의 리더였던 무소속의 쑹추위(宋楚瑜·58) 후보는 올초 잇단 부패스캔들로 급전직하한 뒤 조직과 자금력에 밀려 2위자리마저 連후보에게 내줬다는 분석이다.
최대 쟁점은 대만 독립을 주장, 파란을 일으킨 바 있는 陳후보의 당선 여부. 陳은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7일 지지율 26%로, 連 부총통과 宋 후보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
0일에는 ‘대만의 양심’으로 통하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리웬저(李遠哲) 중앙연구원 원장의 지지를 확보한데 이어 ‘최후의 주말 대결전’이 벌어진 12일에는 표밭인 남부 가오슝(高雄) 유세에 선거 사상 최대인 40만명을 동원, 인기를 과시했다.
여기에다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마저 陳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 대만언론들은 李총통이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후계자 連을 포기하고 陳을 취하는, 이른바 ‘치롄바오천(棄連保陳)’설을 오래전부터 제기해왔다.
陳후보도 9일 유세에서 “당선시 李총통을 평화·인권담당 특사로 임명하겠다”고 밝혀 양자 간의 거래 가능성을 암시했다. 李총통은 1994년 타이베이 시장선거때도 자기 당의 황다주(黃大洲) 후보를 버리고 陳을 밀어준 바 있다.
하지만 陳의 당선 가능성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여론조사 결과 3후보 모두 오차범위 안에 들어있는 데다, 부동표가 23%나 돼 결과를 가늠하기 힘들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대만과 인접한 난징(南京) 지난(濟南) 등의 군구에 경계령을 발동한 중국은 ‘분리주의자’ 陳이 당선될 경우 침공도 불사할 태세다.
중국은 11일 정치협상회의(政協) 전국위원회 3차회의의 ‘정치결의서’에서 또다시 분리독립과 양국론(兩國論)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이같은 불안감은 임박한 선거의 표심(票心)에 깊숙이 파들고 있다. 陳이 당선되면 중국과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13일 대만 증시는 사상 최대인 6.5%나 폭락했다.
덩달아 連후보측은 청년들이 독립을 외치면서 전쟁터로 나가는 장면을 TV 선거광고로 내보내는 등 ‘대륙풍(大陸風)’을 부추겨 불안심리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陣후보는 “連후보측이 정부 보유 주식을 마구 팔아제키고 있다”는 음모설을 제기하는 한편, 양안관계에 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며 진정에 나섰다.
그러나 대륙풍을 ‘종이 미사일’로 혹평했던 陳후보 진영의 한 간부는 “대만 정치판의 영원한 큰손은 역시 칼자루를 쥔 대륙과 대륙을 이용할 줄 아는 집권당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투표일인 18일전까지 판세를 뒤집을 만한 사건이 몇차례 더 일어날 것이라면서 “陳후보가 민심을 얼마나 진정시키냐가 선거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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