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A팀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B코치는 1988년에 일어났던 프로야구선수협의회 파동의 핵심주역이었다. 누구라고 이름만 대면 금새 알만한 그는 10일 선수회사태가 완전히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만감이 교차했다.12년전. 팀의 핵심타자로 이름을 떨치던 그는 최동원(당시 롯데) 등과 함께 선수회결성에 적극 참여했다. 구단들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선수회는 와해되고 말았지만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당시 구단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는 뒤늦게 밀고자가 누구인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던 그는 가장 믿었던 선배가 밀고자라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선수회결성을 도와주겠다던 팀 선배가 구단편이 돼 밀고를 했다는 게 그의 추측이었다.
그는 배신감때문에 선수생활을 그만둘까 생각했었다. 결국 그는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옮겨가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감정의 앙금이 완전히 씻기지는 않았지만 그는 밀고자였던 선배와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올해 선수회문제를 누구보다도 관심있게 지켜본 그가 옛날 일을 떠올리는 것은 당시와 똑같은 일이 이번에도 되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이번에도 선수들간에 선수회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심심치 않게 선수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이 원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갈등이 없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11일 제주에서 2000시즌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12일에는 9,000명가량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을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따뜻한 제주의 봄날씨처럼 야구장에도 하루빨리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게 야구팬들만의 희망사항은 아니다. 선수협선수건 비선수협선수건 이제는 모든 것을 접고 하루빨리 자기위치로 돌아갈 때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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