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사막지대’로 변하고 있다. ‘마법의 성’‘나는 그녀가 좋다’가 연속으로 10% 미만을 허덕이면서 시청률이 계속 곧두박질 치더니 지난달 말 새로 시작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역시 3-7%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시청자 외면의 늪’에서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다.부진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스타급 연기자를 캐스팅하지 못하고, 유능한 작가를 잡지 못하는 등 제작비 부족에서 유발한 현실적 제약이 크다. 이에 덧붙여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 ‘허준’의 강세가 악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진모, 이민우, 박진희, 배두나, 김민희 등 촉망받는 신인들과 김영애, 길용우, 강석우 등 중량급 연기자들을 대거 투입하고, 화려한 액션 등 끊임없는 눈요기거리를 쏟아부은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까지 초반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난…’의 경우, ‘시청률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흔적이 역력하다. 배우들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두들고 부수고, 싸우고, 얻어터지고, 맨몸으로 거리를 달리고, 쉴새없이 춤추고 …. 드라마적 요소는 사라진 채 액션만이 시종일관한다. 깡패 형과 형사 동생의 대결이란 테마는 액션을 더 화려하게 구사하기 위한 장식일 뿐이다.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의 눈을 잠시라도 잡아둘 요량으로 줄기차게 액션 신(Scene)을 내보내는 모양이지만, 본말이 전도된 드라마가 재미있을 까닭이 없고, 그 속에 시청자가 몰입할 여지도 없다. 시청률 강박관념에서 나온 무리수는 드라마를 더욱 망치는 꼴로 진행되고 있는 것.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불리한 제작여건보다 더 큰 문제는 결국 ‘드라마 정체성의 실종’으로 보인다. 대체 뭘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인지 의심이 들 만큼 ‘방향성’과 ‘주제의식’을 잃어버림으로써 드라마 자체의 짜임새가 극히 허술해져 버렸다. 서민들의 꿈과 애환을 다루겠다면서 결국은 젊은이들의 애정문제가 중심이 돼버린 ‘마법의 성’, 스타없이 도전한 트랜디 드라마 ‘나는 그녀가 좋다’에 이어, 시대에 반항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린다는 ‘성난…’은 볼썽사나운 뒷골목 애정과 싸움으로 점철되고 있다. 뚜렷한 주제의식이라도 있다면 시청률 부진에 대해 변명이라도 해 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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