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신청 기업주식 "무조건 사자"요즘 왠만한 비상장·비등록 벤처기업에서 흔히 볼수 있는 풍경중 하나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주식으 사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 행렬이다.
제2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수백배까지 벌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제3시장으로의 '묻지마 투자'를 양산하고 있다.
제3시장 신청을 준비중인 N사 관계자는 "우리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면서 불쑥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주식 파는 데가 어디냐'고 묻는 40, 50대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제3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주식 매물이 뚝 끊기자 최근에는 '부띠끄'로 불리는 브로커들까지 설친다. 주로 '○○컨설팅'이라는 명함으로 영업하는 브로커들은 미리 물량을 확보해놓고 프리미엄을 얹어 팔거나,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과 주주들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증권사 투신사 은행 등 기관들의 장외투자열기는 개인들보다 더하다. 이중 지난해 사상최고의 수익을 올려 여유자금이 많은 증권사들이 가장 적극적. 제3시장이나 코스닥 등록예정기업 10곳에 투자해 1군데만 성공해도 수수료 수입과는 비교도 안되는 큰돈이 굴러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관들간 '영역 다툼'도 치열해져 최근 모증권사가 출자를 위해 공을 들여온 벤처기업을 다른 증권사가 '제3시장 기업설명회'에 포함시키자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강력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기관도 '묻지마 투자'까지는 아닐지라도 '대충대충 물어 투자'한다는 점에서 모험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D증권 기업금융팀장은 "이름 외우기도 빠듯하지만 꼼꼼하게 분석한 뒤 투자하다가는 다른 증권사에 선점 기회를 놓쳐버린다"며 "어차피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의 시장성만 보고 가격협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기관과 개인들이 이처럼 열심히 '설치자' 정작 벤처기업들은 배짱이다. 코스닥 동종기업과 맞먹는 가격에 인수하라는 것. 4,5개 기업에 10억원씩 출자한 대신 증권은 액면가의 10-20배로 주식을 인수했지만 이는 가장 저렴하게 산 축에 속한다.
'모증권사는 무상증자 100%를 조건으로 액면가의 100배를 주고 들어갔다느니" 모 자산운용사는 60배에 들어갔다느니" 하는 등의 소문이 증권업계에 파다하다.
L증권 관계자는 "한 벤처기업은 잠시 반짝할 아이템 하나로 자기회사를 새롬기술이나 주성엔지니어링과 비교하면서 액면가(5,000원)의 90배인 45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괜찮다싶은 종목은 종목은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빼돌리면서, 가격이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진 상태"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기관이든 개인이든 '모 아니면 도'라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며 "성공확률이 5%에도 못미칠게 뻔한데 제3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이처럼 과열되면 자칫 버블이 한꺼번에 꺼지며 시장이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