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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백과] 체질따라 '무도 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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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백과] 체질따라 '무도 산삼'

입력
2000.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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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엔 독감이 유난히 기승을 부렸다. 겨울에 몸을 잘 닦아 장정(藏精)을 해야 그 해 봄과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 흔히 봄이 되면 보약(補藥)을 먹어야 한 해를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약의 대명사는 인삼과 녹용이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보약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최근 산삼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인삼의 배양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산삼도 모든 이에게 ‘골리앗’과 같은 힘을 주는 것은 아니다. 흔히 대접을 받지 못할 때 “누구는 인삼 먹고 누구는 무 먹나”라고 하지만, 사상의학에선 인삼 먹을 사람과 무 먹을 사람이 따로 있다고 본다.

실제로 다른 사람이 사용해서 효험을 봤다는 음식이나 한약재를 과다 복용했다가 병이 생겨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뭐든 남이 좋다는 것을 먹어서 병을 고치려다가는 치료에도 실패하기 마련이다. 뭘 먹느냐 이전에 본인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먹는 것도 약이 된다.

약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약은 단지 생체(生體)가 지니는 자율적인 생명 유지의 힘을 약간 도와줘 몸이 스스로 굴러갈 수 있도록 보조하는 데 불과하다. 이 것이 생명에 대한 사상의학의 대표적인 관점이다.

1800년대 후반 이제마선생은 약의 과다한 복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계했다. ‘고량진미가 비록 입맛에는 좋으나 늘상 먹으면 도리어 입맛을 잃고, 모피옷이 비록 추위를 막지만 늘상 입으면 추위를 타게 된다. 기름진 음식이나 모피도 항상 먹고 입으면 오히려 좋지 않은데 하물며 약이야 더하지 않겠는가.

만일 늘상 약을 먹는 해로움을 논한다면 전혀 약을 먹지 않는 것보다 도리어 백 배나 해롭다. 대개 병이 있는 사람이 그 병증을 밝게 안다면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고 병이 없는 사람은 비록 체질을 안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 산삼이나 녹용을 자주 먹으면 목숨을 재촉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니 이 것을 미루어 봐도 가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가면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고 나오듯 사람도 잔뜩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활짝 젖혀 느릿느릿 광보(廣步)하는 게 한의학에서 제시하는 첫 번째 건강비결이다. ‘봄이 오면 뭘 먹어야 하나’라고 걱정하기 전에 가벼운 운동이라도 시작하고 세 끼 식사만 챙겨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수경·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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