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소개되는 북유럽 영화들 중에는 북구 특유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성장 영화들이 많다. 초록의 전원에서 뛰놀며 어른의 세계를 엿보면서 성에 눈 떠가는 아이들, 혹은 눈으로 뒤덮인 척박한 땅과 어른 세계의 모순과 위선을 겪으며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는 아이들. 전자에 속한 비교적 밝은 성장 영화로는 ‘슬링샷’ ‘사랑이 눈 뜰 때’ ‘화이트 라이즈’ ‘아름다운 청춘’이 꼽히며, 후자에 속하는 우울한 성장 영화로는 ‘정복자 펠레’ ‘화니와 알렉산더’ ‘잃어버린 봄’을 참고 할 수 있다.‘일요일의 이변(The Other Side of Sunday)’(12세이상·스타맥스)은 위의 두 가지 요소가 다 읽히는 노르웨이산(産) 성장 영화다. 사춘기 소녀 마리아 베르게(마리 티센)를 가장 옥죄이는 존재는 목사인 엄격한 아버지(뵤론 선드퀴스트), 그리고 그 아버지가 강요하는 신앙이다. 너무나 많은 금기사항에 마리아는 자문하고 소망한다. ‘모두가 행복하고 정직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한다는 게 가능할까?’‘어머니와 교인들 가슴은 그냥 붙어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저렇게 메마른 육체로는 천국에 가지 못할 거야’.
아버지에게 맹종하는 어머니 대신 마리아는 교회 일을 돕는 아름다운 투넴 아줌마(힐데건 리스)에게 마음을 터놓는다. “늘 용서를 구해야 하다니, 신이 인간을 잘못 만든 것인가요? 굳이 믿음을 보이지 않아도 되는 신이 있는가요?” 루즈를 바르고 귀걸이를 하면 더 예쁠 아줌마는 울음을 보이는 날이 많아지고, 마리아는 아버지와 아줌마의 밀회를 보게 된다. “신은 본연의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길 바라실거야. 정직한 마음으로 자존심을 지켜라”고 했던 아줌마.
아버지의 자식사랑에 대한 의심이 불러 일으킨 종교에 대한 회의, 그리고 또래들에게 놀림감이 될 정도로 성에 대한 무지로 외로웠던 마리아. 속내를 즐겁고 진지하게 들어준 아줌마에 대한 애정과 연민은 마리아를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여성으로 성장시켜 준다. 투넴 아줌마는 부모가 해주지 못했던, 아니 교회나 신조차 답해주지 않았던 인생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가르쳐준 마리아의 참 스승이었다. 마리아가 아줌마와 영원한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소박함과 진심으로 가득 차 있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베리트 오토 네스하임 감독의 96년도 작품인 ‘일요일의 이변’은 97년 도쿄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무공해 영화다.
감상포인트/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특히 도움이 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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