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힘세진 개미군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힘세진 개미군단

입력
2000.03.13 00:00
0 0

지난 3일 외국계 증권사 자딘플레밍은 전례가 거의 없는 발표를 했다. 한국디지탈라인(코스닥)의 적정주가를 7,300원에서 2만8,500원으로 상향조정한 것.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모인터넷정보사이트에는 이 종목의 주가에 거품이 있다는 자딘플레밍 증권사의 보고서가 실렸다.4만원하던 주가에 거품이 6배 끼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이틀 하한가로 내려가자 주주들이 사이버 상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증권사이트에 성토가 쏟아지고 항의 전화와 전자우편으로 증권사 업무가 마비된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 사태가 심상치 않자 증권사는 애널리스트의 잘못된 계산이 빚은 실수를 인정하고 적정가를 수정했다. 그러나 거대 외국인에 첫 승리를 따낸 주주들은 손배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개미 전성시대

주식매매의 인터넷 이용비율이 60%까지 늘면서 ‘사이버 정보’로 무장한 개인투자자들이 ‘개미군단’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기관과 외국인에 끼여 값 비싼 수업료를 치르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으로 정보갈증을 풀며 당당히 승부를 겨루고 있다. 작년 ‘묻지마 투자’비난을 버텨 코스닥의 ‘대세’를 일궈냈으며, 지금은 코스닥시장에서 기관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거래소에선 외국인에 맞서 전선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기관도 눈치

요즘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들은 장중 시세 단말기와 증권 사이트를 함께 띄워 놓는다. 개미군단의 심리를 읽을 수 있고 아이디 ‘2000’등 ‘사이버 스타’로 불린 프로개미 왕개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반토막 난 주식을 ○○의 글을 보고 투자해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까지 내 고맙다’는 인사가 심심치 않을 만큼 적중률도 높고 ‘종돈장에 전염병이 만연하니 사료기업 투자는 재고할 때’등의 이색정보도 많다.

‘재료’가 중요해진 요즘 종목장세에선 특히 정보와 루머의 집합체로 변해 팍스넷 제로인 씽크풀 이큐더스 등은 증권사 못지 않은 힘을 행사하고 있다. H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정보회전이 워낙 빠르고 다양해 투자조건이 비슷해졌다”며 “수익률에서 투자규모가 큰 기관이 개인보다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똑똑해진 개인

‘카드’ 한장을 더 들고 있다는 기관 외국인 큰손들. 이들의 정보독점이 무너지고 속내가 드러나면서 영향력은 점차 줄고 있다. 최근 개미군단이 화살을 날리는 대상은 기관. ‘이번 기회에 기관들을 완전히 깡통으로 만들고 주식시장을 떠나자’는 식이다. 이유는 ‘공갈투자(허수주문)’‘통정거래’‘낮은 적정가계산’등 방법으로 개인을 우롱한다는 것.

개인보다 못한 수익률, 자료에 대한 불신 등도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기관에 대응하는 주된 방법은 주주동우회 등을 통한 홀딩(유지)-추가매수. 1월초 한 증권사가 새롬기술의 적정가를 10만원 아래로 제시했지만 주주들은 똘똘 뭉쳐 2배 이상의 시세를 냈고, 3일간 영업을 못할 만큼 주주들에 시달렸던 이 증권사도 적정가를 대폭 상향했다.

■심각한 ‘난폭운전’

개미군단의 거점인 사이버지점 주식방 트레이딩센터까지 생겨나면서 서로 연결된 개미들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등장했다. 계좌 20개만 개설하면 A종목을 띄울 자신있다는 말이 공공할 정도. 하지만 증권사이트에는 말꼬리 잡기나 욕설이 난무하며 이야기가 거칠어지기도 한다.

고수를 자처한 뒤 ‘억만장자가 되는 길’‘마지막 대박종목’‘이 종목 돈된다’며 초보자를 유혹하거나 팔고 싶은 주식을 추천하는 얄미운 짓도 늘고 있다. 이름이 꽤 알려진 11년 경력의 한 개인투자가는 “과거와 달리 많은 정보에 접할 기회가 생겨났지만 경험상 증시에 ‘묘수풀이’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입력시간 2000/03/12 17:36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