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산업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욱일승천하고 있다. 9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종가가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나스닥의 거침없는 성장세로 인해 미 증권가에서는 지수 6,000포인트 돌파 시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나스닥 흐름이라면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향후 12-18개월내에 6,000포인트 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의 나스닥 성장속도만 보더라도 이런 예상은 충분하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1971년 2월8일 100포인트로 처음 거래를 시작한 나스닥이 1,000포인트를 달성하기까지는 24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5,000포인트 돌파때까지 매 1,000포인트 달성 기간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2,000포인트는 3년, 3,000포인트는 1년 3개월, 그리고 4,000포인트와 5,000포인트는 각각 2개월여가 걸렸다.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가 1995년에 4,000포인트에서 5,000포인트 달성하는데 9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나스닥의 엄청난 성장속도를 알 수 있다.
나스닥의 이같은 급성장은 첨단 기술주들의 폭발적인 발전때문이다. 이른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신경제’의 첨단산업은 성장성이 높은데다 금리인상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아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에서는 신-구 경제 종목간의 극단적인 주가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나스닥의 컴퓨터와 정보통신 종목의 주가지수는 지난해 연말에 비해 26%가 상승했고, 바이오테크 지수는 나스닥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한 지난해 11월 3일 이후 무려 144%가 올랐다.
이에 반해 금융과 제조업 등의 주가는 ‘불황’에 빠져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최고치 대비 7%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편입된 기업중 4분의3 이상이 월가에서 불황으로 규정하는 기준인 최고치 대비 20% 이상의 하락률, 즉 1998년의 러시아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로 인해 월가에서는 경기과열을 막기위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조치가 첨단기술주의 주가는 내리지 못하고 불황에 빠진 종목의 주가만 낮출뿐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론 경제전문가들은 “첨단기술주의 장래가 항상 장밋빛일 수 만은 없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투자자들의 낙관과 달리 첨단기술주도 다른 경제현상과 분리돼 존재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경기순환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은“경기가 둔화되면 첨단기술 기업의 자금줄이 돼 온 벤처자본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은 불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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