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입장료 1,000원에 문화재관람료가 1,200원. 1인당 2,200원이니 네 식구 8,800원에, 주차료가 4,000원이었다. 지난 주말 설악산에 갔을 때 낸 돈이다. 문화재관람료는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 소유 문화재를 보는 값인데, 갈 때마다 볼 필요가 없어 그냥 지나쳤으니 4,400원은 버린 셈이다. 설악산국립공원 입장자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문화재관람료를 1,200원씩 냈다면 정부와 사찰이 돈을 빼앗아간 것과 다를 것이 없다.■반대로 기도와 순례를 목적으로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국립공원입장료 지불을 강요받고 있다. 설악산 뿐이 아니다. 지리산 오대산 월악산 내장산 속리산 치악산 가야산 등 유서깊은 사찰을 끼고 있는 국립공원이 다 그렇다. 국립공원 입장자수는 연간 2,000만명이 넘는다. 공원입장과 문화재 관람 두 가지 다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소수라 해도 억울한 입장료 부담은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리산에서는 도로를 막고 통과차량까지 입장료를 받는, 봉이 김선달 같은 일이 10년 넘게 자행되고 있다. 구례에서 남원으로 넘어가는 지리산횡단도로 초입의 매표소는 남원방면으로 가는 차량은 물론, 공원구역내 마을 방문자들에게도 2,400원의 입장료를 요구해 물의가 끊일 날이 없다. 특히 봄 가을 관광시즌과 휴가철엔 표를 사는 차량이 수백㎙씩 정체돼 귀중한 시간을 빼앗긴다. 그래도 당국은 “민원을 일으키지 말라”는 호통 뿐이다.
■엊그제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제1회 시민마당 행사로 국립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 합동징수 문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서는 국립공원입장료에 문화재 관리비용이 10-30% 포함돼 있는데, 사찰측이 자의적으로 정한 과다한 입장료를 또 받아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참여연대는 제도개선 약속이 없으면 곧 유명사찰 한 곳을 골라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다. 너무 당연한 국민의 소리가 너무 오래 외면당해 왔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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