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동호회 'subway'시솝 이재원씨“일련번호를 보니 아마 분당 어디쯤엔가 사시나보군요.” 이재원(李載元·21)씨는 지하철 정액권 앞에 찍혀진 네자리 숫자만으로도 어느 역에서 발행된 승차권인지를 대번에 맞춘다. “1호선 구로역 남부 1번 출구 쪽에 사는 젊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씨는 유일한 pc통신 지하철 동호회 하이텔‘subway’의 대표운영자이기도 한 ‘지하철광(狂)’이다.
이씨가 지하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너다섯살 무렵. 아버지와 함께 타고 다니던 지하철 노선도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좋아 역명을 외우기 시작한 것이 계기다. 초등학교때부터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을 끌고 새로운 역으로 달려가는 일은 다반사였고, 새로운 차량이 나오거나 새로운 노선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가 승무원들에게 차량의 이동루트나 차종을 물어보다가 핀잔받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이씨는 220여 수도권 지하철역의 이름과 순서, 역별 전동차 출입구 방향은 물론 각 호선별 운행시간과 배차시간, 최고령과 최신형 전동차량의 제작년도 및 회사 등을 눈을 감고도 술술 왼다.
이씨는 또 지하철에 대해 개선해야할 점이 있으면 직접 운영주체를 찾아가 시정을 요구하는데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5년 전에는 전동차안 노선안내도에 ‘환승역’으로 표시돼있던 청량리역이 환승역이 아님을 철도청에 확인시켰고, 작년 10월에도 잘못 표기돼 있는 인천지하철 1호선 ‘무학경기장’역을‘문학경기장’역으로 정정시켜주기도 했다. 현재도 인천지하철 1호선 ‘귤현’역이 노선안내도에는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비뚤어진 지하철 문화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아직도 개선되지 않는 지하철 운영주체들의 안전 불감증은 물론이고, 급하면 철로를 그대로 건너다니거나, 차를 타자마자 목숨걸듯 자리다툼을 하는 승객들의 시민의식 부재도 아프게 꼬집는다.
이씨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지하철 노선은 3호선. 연신내, 불광동 등 서민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전동차 안에서 ‘날것’ 그대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동국대 전산원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한 이씨는 “철도청 승무원이 되어 안전한 전동차철 운영을 책임지는 게 꿈”일 정도로 전동차와 일생을 살고 싶어한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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